제주도 문화예술인 복지 증진 조례 만들면 뭐하나

제주도 문화예술인 복지 증진 조례 만들면 뭐하나
[예술로 밥먹엉 살아졈수광?](11)에필로그
  • 입력 : 2017. 09.21(목)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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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밥먹엉 살아졈수광' 집필을 맡아준 강상훈·고순철·유서영·현택훈·부진철·문재웅·변종수·강경모·박연술·안민희씨(사진 위 왼쪽부터 'ㄹ'방향으로).

[문화예술의 섬 제주에 묻다]
10명의 예술인들에게 물었더니

무대은행 설치부터 출연료까지
현장 활동 바탕 개선점 등 제언
격년 수립 예술인 복지계획 낮잠
이들의 바람은 언제쯤 실현되나

"예술로 밥먹엉 살아졈수광?" 물었을 때, "살아졈수다"라고 응답하는 이는 드물었다. 지역에서 순전히 전업예술가로 살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냐는 반문과 맞닿은 얘기였다. 문화예술의 섬, 문화로 행복한 제주, 문화도시 등 구호처럼 등장하는 수식어는 화려했지만 이 땅을 밟고 사는 예술인들의 대부분의 삶은 빈한했다.

지난 4월부터 이달 초까지 10명의 제주도내 예술인들에게 원고를 의뢰했다. 현장을 뛰는 그들의 바람은 다양했다.

먼저, 수백억짜리 문화시설이 아니라 예술인들에게 맞춤한 공간을 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40년 가깝게 '연극쟁이'로 살아온 극단 세이레극장 강상훈 대표는 지자체에서 지역 연극인들이 엄청난 제작비를 쏟아붓는 무대 세트나 소품 등을 재활용할 방법을 찾아주시라 부탁했다. 이른바 무대은행 설치였다.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현택훈 시인은 마음 편하게 창작할 수 있는 집필 공간을 원한다고 썼다. 젊은 영화감독인 문재웅씨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려는 예술가의 마음을 언급하며 지역 예술가들이 고민하고 토론하고 소통할 이 시대의 '살롱'을 찾고 있었다.

예술가에 대한 푸대접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도 들렸다. 유서영 제주청년네트워크 상임대표는 교통비만 받고 무대에 올라야 했던 청년의 사례를 소개하며 문화예술하면서 좀 잘 먹고 잘 살 수는 없을까라고 물었다. 싱어송라이터 부진철씨는 정부 지원 시스템 확대에도 열정페이에 우는 예술가들이 여전하다고 전했다. 박연술 한국무용가는 '거마비'는 고사하고 '재능기부'란 이름으로 예술인들의 무상 출연을 강요하는 행태를 꼬집었다.

예술인들의 존재를 드러내는 일도 필요하다고 했다. 서귀포를 근거지로 활동하는 서양화가 고순철씨는 제주 작가들을 알릴 방안을 만들어달라는 의견을 냈다. 제주 작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홍보 창구로 이용하자는 내용이었다.

문화예산이 껑충 뛰었지만 예술계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 점도 비판했다. 안민희 민요패 소리왓 대표는 제주전통문화의 계승 발전이나 제주문화 콘텐츠 개발 같은 말이 '허멩이 문서'같다며 "지금은 돈이 없으면 예술을 꿈꿀 수 없는 처지"라고 한탄했다. 공연기획자 강경모씨는 문화예술 예산이 늘었다지만 출연료는 10년간 제자리인 현실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한 길을 걷다보면 볕들 날이 있다는 이도 있었다. 정부·지자체 지원금 한번 받은 적이 없다는 연극인 변종수씨는 그간의 경험을 털어놓으며 "예술보다 유망한 직종은 없다"는 말로 "예술로 밥먹엉 살아졈수광?"에 대한 답을 내놨다.

10인 10색 예술가들의 바람은 언제쯤 실현될까. 현재로선 미지수다. 2014년 예술인 복지법을 근거로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예술인 복지 증진에 관한 조례'가 제정됐지만 그간 후속 조치 하나 없었다. 문화예술인복지증진위원회를 제주도문화예술위원회가 대행한다 하더라도 문화예술인의 복지 증진을 위해 2년마다 수립·시행하도록 한 문화예술인복지증진계획은 실종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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