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군부대 지하수 24년간 무단 사용 논란

제주 군부대 지하수 24년간 무단 사용 논란
해병대 제93대대 신고·허가 없이 지하수 관정 개발·이용
軍, "법 잘몰라 발생… 죄송" 道, 뒤늦게 고발 여부 검토
  • 입력 : 2017. 09.14(목) 18:38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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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이 없습니다. 한라일보DB.

제주지역의 한 군부대가 수십 년간 지하수를 무단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야 이런 사실을 파악한 제주도는 군부대를 형사고발하지 않기로 했다가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고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14일 제주특별자치도와 해병대 9여단에 따르면 서귀포시 토평동의 해병대 제93대대는 최근 제주도에 지하수를 취수하기 위해 뚫은 관정 1공을 원상복구하겠다고 신고했다.

관정을 원상 복구하는 이유는 더 이상 지하수를 쓸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해병대 제93대대는 앞으로 지하수 대신 상수도를 공급 받아 쓸 예정이다.

 해병대 제93대대가 그동안 써 온 지하수 관정은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 사이 개발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해병대 제93대대가 수십 년간 신고와 허가 없이 지하수를 써왔다는 것이다.

 지하수법 제8조에 따르면 지하수를 개발·이용하려는 군부대는 미리 지자체에 신고해야한다.

민간에서 지하수를 이용·개발하려면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하지만 군부대는 신고만으로 지하수를 쓸 수 있다.

하지만 제주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제주특별법은 군부대라도 도지사의 허가가 있어야 지하수를 개발·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제주도는 제주특별법에 의해 지하수법을 이관 받은 상태다.

 해병대 제93대대에게는 1993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지하수를 무단으로 사용한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처벌 규정을 담은 법이 1993년 공포됐기 때문이다.

 해병대 제93대대는 1993년 이전에 지하수 관정을 개발했기 때문에 양성화 대상이다.

제주도는 1994년말부터 3개월 간 무허가 지하수 관정을 이용하는 도민들로부터 자진 신고를 받아 양성화에 나섰지만 해병대 제93대대는 이 때도 신고를 하지 않고 수십 년간 지하수를 무단으로 써왔다. 지하수를 허가 없이 이용·개발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군부대 측은 법을 숙지 못해 발생한 일이지 고의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해병대 9여단 노경민 정훈공보실장은 "지하수 이용이 신고·허가 대상인 지 몰랐던 것 같다"며 "다음부터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상복구 신고까지 해놓고선 이제야 법을 몰랐다는 군부대의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제주도의 지하수 관리 감독이 허술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제주도는 해병대 제93대대가 관정 원상복구를 신고하자 그제서야 지하수가 수십 년간 무단 사용됐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도 관계자는 "보안이 유지되는 군부대 특성상 자진 신고가 없으면 알아채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국가기관'이라는 이유로 형사 고발할 수 없다고 밝혔다가 취재가 계속되자 내부적으로 고발 여부를 검토해보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한편 현재 해병대 제93대대에는 포항에 파견 간 60명을 제외한 40여명의 병력이 상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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