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운전자도 혈압 오르는 '2중 신호등'

경찰도 운전자도 혈압 오르는 '2중 신호등'
공항 교차로 전용·일반 신호등 따로 설치
운전자들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면서 혼란
자치경찰 "개선 요청에도 道는 묵묵부답"
  • 입력 : 2017. 09.14(목) 18:35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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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제주공항 입구 교차로에서 전용차로 신호등과 일반차로 신호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차량이 앞으로 나아가자 자치경찰이 이를 제지하고 있다. 강희만기자

제주도가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위해 제주공항에 설치한 '2중 신호등'이 오히려 운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오전 8시30분 제주공항 입구 교차로에는 경적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울려 퍼지고 차량들이 뒤엉켜 극심한 혼잡이 빚어지고 있었다. 이유를 살펴보니 제주공항 입구 교차로에서 공항으로 향하는 방향에 설치된 '2중 신호등'때문이었다. 이 구간은 '대중교통 전용차로 신호등'과 '일반차로 신호등'이 구분됐는데 일반차량 운전자들이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전용차로 신호등에 초록불이 켜지자 일제히 앞으로 나가버린 것이다.

 렌터카 운전자 강모(54·강원)씨는 "초록불이 켜져 출발했더니 전용차로에 있던 버스가 경적을 울려대 서로 얼굴을 붉혔다"며 "제주도민은 2중 신호등을 잘 알고 있을지 몰라도 우리 같은 관광객은 처음 보는 것이라 홍보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2중 신호등은 제주도가 대중교통체계 전면 개편에 발 맞춰 공항 진·출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지난달 23일부터 시행됐다. 이를 위해 제주공항 입구 교차로에서 공항 유료주차장과 용담 방향 차량 통행신호 시간을 4초~7초씩 줄이고, 공항으로 향하는 차량 통행신호 시간은 20초로 늘렸다.

 하지만 제주공항을 방문하는 운전자들이 이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교통 혼잡이 빚어지고, 통행신호 시간이 줄어든 방향은 교통체증이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2중 신호등에 불만인 쌓인 운전자가 자치경찰관에게 항의하고 있다. 강희만기자

현장에서 계도를 맡고 있는 제주도 자치경찰단 관계자는 "우선차로제를 시행하기 위해 억지로 신호체계를 끼워 맞추다 보니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공항을 찾는 운전자 대부분이 초행길인 상황에서 2중 신호등이 도입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출·퇴근 시간대에는 통행신호 시간이 줄어든 방향에서 극심한 정체가 발생해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제주도에 문제점을 제시했지만,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제주도 관계자는 "담당자가 현장을 계속 방문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데 다소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며 "자치경찰 측과 회의를 거쳐 신호등 일부를 철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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