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원 지사 부적절 발언, 현안 해결 도움 안된다

[사설]원 지사 부적절 발언, 현안 해결 도움 안된다
  • 입력 : 2017. 08.21(월) 00:00
  •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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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지사가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원 지사는 지난 16일 서귀포시 동지역 마을회장단과 간담회에서 "서귀포 출신의 도지사가 있을 때 서귀포 발전 계기를 잡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지역 정치권은 선거용이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17일 "스캔들에 가까운 매우 심각한 것"으로 규정하며, "이제 갓 지역주의를 넘어 한국 정치발전에 찬물을 끼얹는 구태스럽고 경악할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당제주도당도 "지역감정 조장 발언에 대해 도민과 서귀포시민에 사과하라"고 비판했다.

원 지사의 발언은 장소와 내용은 물론 시기적으로도 논란을 사기에 충분하다. 간담회는 오는 26일 대중교통체계 전면 개편에 따라 마을회장들의 건의와 협조를 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업무의 연속선상에서 정상적인 도정 수행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자신의 고향에서 마을회장들을 모아놓고 지역 출신 도지사가 있을 때 지역발전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운운한 것은 신중치 못한 발언이다. 설령 현안에 대한 협조를 구하는 차원에서라고 십분 이해한다 하더라도 지역감정에 기대는 듯한 발언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누구보다 도민을 하나로 모으고 지역통합에 앞장서야 할 도지사의 발언이기에 더욱 그렇다. 도민들이 어느 특정지역만의 발전을 위해 일하라고 지사직을 부여한 게 아니지 않는가.

원 지사는 사실상 내년 지방선거 재출마 의지를 밝힌 상태다. 선거가 10개월도 안남은 시점이어서 발언에 더욱 신중하지 않으면 안된다.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지사의 행보나 도정 홍보를 공유하는 사례를 두고 구설에 올랐다. 속담에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고 했다. 남의 의심을 살만한 짓은 하지 말라는 뜻이다. 원 지사 행보가 딱히 그렇다.

지금 제주도정 상황은 녹록지가 않다. 행정체제 개편 무산에다, 도의회 선거구 조정에 있어서 도정은 갈팡질팡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방분권형 개헌 정국에서 제주특별자치도 위상 확보도 과제다. 도민적 역량을 결집시켜도 힘든 현안들이다. 원 지사의 도민을 갈라놓는 듯한 언사는 막중한 현안 해결에 도움이 안된다. 이 점을 유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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