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애써 가꾼 도심 가로수, 이식만이 능사인가

[사설]애써 가꾼 도심 가로수, 이식만이 능사인가
  • 입력 : 2017. 08.18(금) 00:00
  •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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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속 아름드리 가로수들이 설자리를 잃고 있다. 수십 년 째 공들여 가꿔온 가로수들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행정이 주도하는 공공개발사업으로 이러한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안타깝다. 제주도가 추진하는 대중교통체계 개편 구간이 대표적이다. 이곳에는 수십 년 생 가로수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공항로(공항입구~해태동산 사거리)를 비롯 중앙로(광양사거리~중앙여고 사거리)와 중앙여고~제주여중고 사거리에 이르는 구간 나무들이 대거 이식이 이뤄지고 있다. 이미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 왕벚나무, 먼나무 등 4종 186본이 이식됐다.

특히 중앙여고~제주여중고 사거리에 식재된 구실잣밤나무 이식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곳은 제주시 최초의 가로수 조성구간으로 역사성과 상징성이 크다. 1973년 조성돼 40년을 훌쩍 넘겼다. 그럼에도 구실잣밤나무 일부는 이식됐고, 나머지도 곧 옮겨질 처지에 놓였다. 이 과정에 제주시가 이식 불가 의견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제주도가 우선차로제 시행을 위해 가로수 제거가 필요하다는 논리만 앞세우는 것은 문제다. 다른 방법은 없는지 숙고하면서 공감대를 확보해 나가려는 자세가 아쉽다.

가로수 수난은 이뿐이 아니다. 이국적인 풍광을 연출하며 관광객의 사랑을 받았던 워싱턴야자수도 정전사고 위험 등으로 교체를 눈앞에 두고 있다. 도심지 담팔수 수십 그루도 식물 병원균에 감염돼 고사하는 바람에 제거했으나 대체 나무를 식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사례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럴 때마다 가로수를 이식하게 되면 도심은 황량한 공간이 되고 만다. 이식이 불가피하다면 그만큼 식재하고 최소한 대체녹지 공간이라도 조성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가로수는 회색빛 콘크리트 위주의 도심 경관에 완충역할 기능을 할 뿐 아니라 도심 녹지공간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한다. 가로수가 사라진다는 것은 도심 경관을 저해하고 녹지공간 축소를 불러오게 된다. 도시민의 쾌적한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로수 이식에 다각도로 신중히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개발사업과 가로수 유지관리 정책의 충돌할 경우에 대비한 가이드라인 제시 등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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