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양심·허술한 법규에 멍드는 제주 온천

비양심·허술한 법규에 멍드는 제주 온천
道, 온천수 수천t 무단 사용업체 경찰청 고발
개발사업승인 취소 불구 굴착공 등 그대로 방치
온천법 원상복구명령 이행 안해도 처벌 힘들어
  • 입력 : 2017. 08.16(수) 20:14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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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 온천이 일부 개발사업자의 비양심과 허술한 법망 탓에 멍들고 있다. 무단으로 온천수를 뽑아 써 잇속을 챙긴 업자가 적발되는가 하면, 일부 온천은 개발승인 취소 결정에도 수년 째 원상복구되지 않고 있다.

▶온천수 무단으로 펑펑=제주특별자치도는 무단으로 온천수를 뽑아 쓴 혐의(온천법 위반)로 도내 A업체를 제주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제주도에 따르면 A업체는 서귀포시의 한 온천원보호지구에서 지난 7월1일부터 8월7일까지 온천수 7945t을 허가 없이 뽑아 쓴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002년 서귀포시 안덕면에서 온천공 3공(온천물이 솟아 나오는 구멍)을 발견한 A업체는 지난 2005년부터 대중온천장을 운영하고 있다. 제주도는 A업체가 발견한 온천공 3공 가운데 1공에서만 온천수를 뽑아 쓰는 조건으로 이 일대를 온천원보호지구로 지정한 뒤 개발을 허가했다.

그러나 A업체는 10년 넘게 써 온 온천공에서 최근들어 온천수가 제대로 나오지 않자 나머지 2공에다 동력장치를 설치해 한 달 넘게 온천수를 무단으로 뽑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온천수 불법 사용은 지하수 이용량을 조사하려 A업체를 방문한 상하수도본부 직원의 신고로 들통났다.

▶허술한 법망에 버티기=제주지역 온천개발사업은 부침이 심했다. 10여년 사이 도내에선 온천을 개발하겠다는 업자들이 간혹 나타났지만 실제 개발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었다.

문제는 허술한 법 규정 탓에 일부 온천이 훼손된 채 수년 째 방치되는 점이다.

온천 개발은 '온천 발견 신고'로 시작된다. 개발사업 예정자가 온천을 발견했다고 신고하면 지자체는 해당 지역을 개발 면적에 따라 온천원보호지구(3만평 이상) 또는 온천공 보호구역(3만평 미만)으로 지정할 지를 판단해야 한다.

때문에 온천원보호지구 또는 보호구역에는 온천을 찾기 위해 굴착했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그동안 도내에선 3곳이 온천원보호지구로, 6곳이 온천공보호구역으로 지정됐지만 2곳은 착공이 지연돼 개발사업 승인이 해제됐다.

온천 개발이 무산됐기 때문에 굴착한 곳을 원래대로 돌려놔야하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제주도는 지난 2012년 온천개발사업 시행 승인이 취소된 B조합에 지난해 11월 1차 원상복구명령을, 올해 7월 2차 명령을 내렸지만 B조합은 "다시 온천 개발을 추진하겠다"며 버티고 있다.

지난 2011년 온천개발 사업자 지위를 박탈당한 C컨설팅회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C컨설팅회사의 전 대표는 온천 개발 과정에서 사기를 저질러 복역 중이라 원상복구 자체를 못하고 있다.

 허술한 법망도 한 몫했다. 온천법 상 불법적으로 온천을 개발한 사업자가 원상복구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있지만 B조합의 사례처럼 적법한 절차를 밟고 사업을 추진하다 개발이 무산된 경우에는 복구명령을 이행하지 않아도 처벌할 근거가 없다.

제주도 관계자는 "지하수법에는 원상복구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경우에 상관 없이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면서 "지하수법을 준용해 B조합을 처벌해도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행정자치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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