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며]리더십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하루를 시작하며]리더십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 입력 : 2017. 08.09(수) 00:00
  • 허경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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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으랴마는 중소기업을 운영한다는 것, 더욱이 지방에 뿌리를 둔 기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본의 아니게 대표이사의 책임을 맡고 일선에 나선 지 어느새 3년이다. 그것도 대부분이 남성들의 영역인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10여년을 보냈다. 디자인 전공의 예술학도, 마흔이 넘어 문학에 빠졌던 사람이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을까. 유례없는 폭염 속 등줄기를 타고 내리는 땀방울에 공연히 코끝이 시렸다.

나는 엔지니어링 회사를 운영하면서 기술적 자문도 해줄 수 없는 여성대표다. 경영학이란 학문도 접해보지 못했다. 당당한 척, 익숙한 척 대표로서의 품격을 갖추려 노력했지만 능력의 미약함 때문일까. 언제나 머릿속은 하얗고 가슴은 공허했다. 잘 해내야지 하는 결의보다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우려와 걱정으로 능력의 한계만이 느껴졌다. 그러나 두드리면 열린다 했던가. 고민하다 보니 두 아이의 엄마로 한 집안을 꾸리며 살아왔던 긴 세월이 경영에 그리 무용한 것만은 아니었다. 집이냐 회사이냐 공간의 정체성만 다를 뿐 구성원에 대한 관심과 보살핌으로 그들의 능력을 발휘하게 만드는 조력자(Enabler)의 역할을 한다는 측면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보면 내가 처한 상황이 핸디캡이기보다는 오히려 회사경영에 강점이 될 수 있다는 희망도 생겼다. 나는 그것을 마더리더십(Mother Leadership)이라 명명하고 작은 것부터 하나씩 구상해 조직문화에 접목해갔다.

경영에 발을 들이면서 내가 느꼈던 놀라운 사실은 우리가 그릇된 선입견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었다. 일을 주는 사람을 발주처, 갑이라 칭하며 그들로부터 압박을 받는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다. 직원 스스로 자신을 을이라 생각하며 회사 역시 권한을 행사하는 갑이라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사회 통념상 일을 주는 발주처가 갑인 것도 회사가 고용한 직원이 을인 것도 맞는 말이지만, 발주처란 압력을 행사하는 집단이 아니라 기업이 원활히 운용될 수 있도록 일을 주는 고마움의 대상이며 회사 또한 조직을 운용하는 권한을 가진 것은 사실이나 직원이 개인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경제수단을 제공하는 감사의 대상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스컴에 보도된 비상식적인 몇몇 사례로 인해 부정적 선입견에 젖어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생산해내고 있었다.

일거리를 받으면서도 관계의 좋고 나쁨을 내세우며 발주처를 오해하고 선별하는 것은 상도에 맞지 않는다. 자신이 선택한 회사를 사회적 책임의 주체로 보기보다 권한을 행사하는 집단으로 보는 직원의 시각도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성실한 직원 위에 군림하려는 회사라면 지속적인 발전과 생산성을 담보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계약의 규모와 일의 경중, 손익을 떠나 모든 거래처에 진정한 고마움을 갖고 일로써 보답한다. 직원들에게는 어머니의 따뜻함과 강인함으로 구성원을 이해하며 성장시키려 노력한다. 대상이 무엇이든 어머니의 눈으로 보고 어머니의 마음으로 생각하고 어머니의 부지런함으로 행동하는 것, 이것이 경영에 부족함이 많은 내가 대표의 책임을 맡으며 얻어낸 경영철학의 전부이다.

새정부의 일자리 창출이 화두다. 그러나 고용의 주체는 기업이며 지역에 산재한 중소기업이 그 핵심이다. 건강한 노사, 행복한 고용은 언제 만날 수 있을까. 가족친화경영, 마더리더십의 확산을 제안한다. <허경자 ㈜대경엔지니어링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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