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열일곱 청춘이 바라본 제주의 일상

[열린마당]열일곱 청춘이 바라본 제주의 일상
  • 입력 : 2017. 08.03(목)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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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한 미술 수업시간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미술실에 앉아 선생님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던 때에 낯선 사람이 들어왔다. 알고 보니 새로운 미술 프로젝트를 위해 특별히 섭외된 작가였다. 이 프로젝트는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해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우리를 지도한 사진작가는 학생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 기기를 활용해서 좋은 사진을 찍는 방법을 알려줬다.

우리는 설레면서도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왜냐하면 완전한 아마추어였기 때문이다. 그때, 선생님께서 칠성로, 동문시장 등 옛것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장소들을 반별로 지정해줬고 원하는 친구들은 그곳에서 작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색다른 것을 찍고 싶었던 나는 작은 헌책방을 찾아서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헌책방에 오래된 서적들을 보며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생생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사진 제출이 끝나고 몇 주 뒤, 설문대여성문화센터 전시실은 우리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상을 담은 사진 400여 점이 전시되어 있었다. 초고화질의 카메라로 찍은 것도, 구도나 조명이 완벽하지도 않은 사진들이었지만 사진 하나하나에 담긴 노력과 주제에 대한 고뇌가 담겨 있다는 것을 직접적인 경험으로 알기에 이 사진전은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나는 이 프로젝트를 하나의 여정으로 여겼다. 주제에 대해 고민해보고 사진에 담는 과정을 통해 지역에서 사라지는 초가집, 헌책방 같은 유형물과 해녀 문화, 사투리처럼 무형의 것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또한 아는 것을 넘어서 다음 세대의 열일곱 청춘의 삶에는 무엇이 남고 무엇이 사라질지,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식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학생의 눈으로 기록한 사진전: 열일곱 청춘이 바라본 2017 오늘의 일상'은 이달 중순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박지원 제주중앙여자고등학교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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