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시치미를 떼다

[열린마당]시치미를 떼다
  • 입력 : 2017. 08.01(화)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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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어느 지역으로 출장을 갔다가 약속 시간에 늦어 택시를 이용했다. 운행 도중 신호등이 노란색 신호에서 빨간색 신호로 바뀌기 전 택시는 정차했다. 약속에 늦어 급한 마음에 "기사 아저씨 방금 가도 되는 거 아닙니까?"라고 섭섭한 마음을 전했다. 그러자 기사 아저씨는 "노란색 신호는 정지 예고 신호입니다. 다 손님의 안전을 위한 겁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순간 정말 부끄러웠다. 오히려 택시가 속도를 내고 통과했다면 잘못된 행동이 아니냐고 말해야 할 처지였다.

기록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매사냥은 삼국시대부터 있었다. 해동청(사냥용 매)이 유명해 고려 때는 몽골에 공물로 바치기도 했다. 해동청과 같이 매사냥에 적합하도록 길들여진 매를 '수지니', 야생 매를 '산지니'라고 한다.

산지니는 사냥에 이용할 수 없다. 새끼 때부터 한쪽 발에 줄을 묶어 주인인 '수알치'가 거의 시선을 떼지 않고 길들인다. 그리고 달아날 경우를 대비해 쇠뿔을 얇게 깎아 만든 이름표에 주인의 이름과 주소를 적고 매의 꽁지 털 속에 매단다. 이 이름표가 평안북도 말로 '시치미'다. 매는 달아나도 배가 고파 멀리 가지 못하므로 인근 마을에서 발견한 자가 있으면 시치미에 적힌 주인에게 돌려준다. 주인은 그에 대한 사례를 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간혹 시치미를 떼고 슬쩍 가로채는 사람이 있었다. 여기에서 '시치미를 떼다'라는 말이 생겨났다. 시치미는 원래의 뜻 외에 자기가 하고도 아니 한 체, 알고도 모르는 체하는 태도를 나타낸다.

청렴(淸廉)은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는 상태로 전통적으로 바람직하고 깨끗한 공직자상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공직자의 청렴실천은 사소한 것을 지키고 따르는 것이다. 자기가 하고도 아니 한 체, 나만 아니면 된다는 태도로 부정부패를 알고도 모르는 체하는 시치미를 떼는 태도로는 맑고 깨끗한 세상을 기대할 수 없다. <김석기 제주시 기초생활보장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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