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광장]제주문화예술의 차원감각을 통한 濟州性 모색

[문화광장]제주문화예술의 차원감각을 통한 濟州性 모색
  • 입력 : 2017. 08.01(화)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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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건축가들에게 리프레쉬와 공부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즐거운 탈출구이다. 올해도 여름의 초입에 제주 건축가들과 근대 건축의 거장인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의 건축을 둘러보기 위해 파리에서 마르세유까지의 여정에 올랐다. 빌라 사보아(Villa Savoye), 롱샹 성당(Notre-Dame du Haut, Ronchamp), 라투레트 수도원(La Tourette) 등 이미 몇 번을 둘러보았던 건축들이지만 명불허전이다. 여전히 감동적이고 울림이 있다. 이번 여행은 특히 르 코르뷔지에의 묘를 보기 위해 지중해변을 따라 모나코를 지나 이탈리아의 국경에 면한 작은 마을 캡 마르틴까지 찾아갔다. 코르뷔지에의 묘지 앞에 선 일행은 위대한 건축가의 마지막 흔적에 침묵했다. 아마도 경외하는 건축가의 평범한 무덤을 마주하곤 건축가로서의 자신의 삶과 죽음을 투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이처럼 건축가는 여행을 통해 삶의 태도를 가다듬는 자극을 받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건축의 조류를 체험하기도 한다. 이번 일정에서 기억에 남는 현대건축은 2017년 프리츠커를 수상한 RCR그룹의 '솔라제 뮤지엄(Soulages Museum, Rodez)'과 스위스 로잔공과대학 도서관인 SANNA의 '롤렉스 러닝센터(Rolex Learning Center)'를 들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2010년 프리츠커 수상자인 세지마 가즈요와 니시자와 류에가 이끄는 SANNA의 건축을 주목한다.

세지마 가즈요는 2016년 제주건축포럼에 초청되었던 이토 토요(Ito Toyo)의 사무실 출신으로 일본건축계의 최정상에 있으며, 그녀의 건축에서는 일본의 정체성이 발현된 시대정신을 발견할 수 있다. 세지마를 중심으로 하는 현대 일본건축의 시대정신은 에도시대 가츠시카 호쿠사이(Katsushika Hokusai)로 대표되는 우키요에(Ukiyo-e) 판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키요에 판화는 미술사적으로 에도 하층 계급인의 미술로 무시 받았지만, 19세기 중반 유럽에서 자포니즘의 성행과 더불어 인상주의 탄생의 발단이 되었다 한다. 이러한 일화는 우키요에 판화에 시대정신으로 승화될 지역적 특수성과 보편성이 내재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우키요에 판화의 서민적 소재는 사회적으로 대중성을 담보하며 그림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공간감과 초평면의 차원감각은 일본의 정체성으로 채화된다. 현대 일본의 대표적인 대중문화라 할 수 있는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근저에는 이러한 차원감각이 작용한다. 더 나아가 네오 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Takashi Murakami)가 이끄는 '슈퍼플랫(Superflat)'의 현대미술운동으로 전개되기에 이른다. 이렇듯이 초평면의 차원감각은 보편성을 획득한 일본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세지마는 슈퍼플랫의 차원감각을 건축으로 구현해 일본의 지역성을 세계건축의 한 축을 이루는 시대정신으로 포지셔닝한 것이다. 작년 말 도쿄에 개관한 호쿠사이의 미술관을 답사하면서 지속되었던, 세지마는 호쿠사이의 예술정신을 어떻게 건축으로 끌어왔을까 하는 의문도 풀렸다. 그들 사이엔 초평면이란 일본의 차원감각으로 연결돼 있던 것이다. 유럽의 한 도시에서 만난 일본건축은 우리들에게 제주의 정체성을 찾는 단서를 제시한다.

여행을 마친 후 르 코르뷔지에의 감동은 머릿속에서 흐려지고, 온통 차원감각에 대한 생각뿐이다. 신화나 미술 등 제주문화예술에 녹아있는 차원감각을 추적하면 '제주성'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한동안 놓아두었던 제주건축의 꿈을 다시 그린다. <양건 건축학 박사·가우건축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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