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방치된 아픈 역사현장 보존·활용 계기돼야

[사설]방치된 아픈 역사현장 보존·활용 계기돼야
  • 입력 : 2017. 07.28(금) 00:00
  •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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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아픈 역사현장에서 교훈을 얻고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다크 투어리즘(역사교훈여행)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내달부터 운영에 들어간다. 일제강점기와 제주4·3사건 및 한국전쟁기의 역사현장을 주로 연결하는 동부·서부코스를 마련했다. 제주도는 정식 프로그램 운영에 앞서 이달부터 3차례에 걸쳐 문화재위원과 민간단체, 세계자연유산서포터즈 등을 대상으로 투어프로그램을 시범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고, 내년부터는 국비 지원을 신청해 운영할 계획도 밝혔다.

제주도가 역사현장을 활용한 다크 투어리즘 프로그램 개발에 나선 점은 긍정적이다. 그동안 제주도에 남아있는 어두운 역사유산을 활용한 상품개발 필요성은 줄곧 제기돼왔다. 무엇보다 제주도는 다크 투어리즘의 적지로 꼽힌다. 제주의 근현대사는 아픔과 비극으로 점철돼 있다. 태평양전쟁기의 다양한 군사유산을 비롯 제주4·3과 관련된 비극의 역사현장은 그 자체가 살아있는 역사교훈현장이 된다. 그럼에도 제주도 차원에서 이에 대한 관심은 부족했다. 태평양전쟁 유산 가운데 일부는 등록문화재로 등록되기도 했지만 정비·활용은 뒷전이었다. 제주4·3과 관련한 현장 역시 마찬가지다. 거의 대부분 사장되다시피 하면서 훼손·멸실 우려가 높은 것이 현실이다.

제주도가 여전히 자연경관 위주의 관광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데에는 이러한 아픈 유산을 비롯한 역사인문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데도 원인이 있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제주도는 한해 1500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매력적인 관광지이긴 하다. 하지만 볼거리 위주의 제주관광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는 누구보다 제주도나 관광업계 등이 잘 알 것이다.

그렇다면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하는데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제주관광의 경쟁력 향상과 직결된 일이다. 다크 투어리즘 프로그램을 계기로 역사인문자원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고 보존·정비는 물론 다양한 상품 개발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유념할 부분은 다크 투어리즘은 행정의 주도하는 방식만으로는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관광업계를 포함 민간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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