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용 인사'로 행정시장은 헌신짝 신세

[사설]'선거용 인사'로 행정시장은 헌신짝 신세
  • 입력 : 2017. 07.21(금) 00:00
  • 김병준 기자 bjkim@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겉모습은 화려하나 속내용은 빈자리로 '행정시장'을 꼽는다면 지나친 비유일까. 실제 행정시장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 회자된 적이 있었다. "행정시장은 도청의 과장만도 못하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맡은 한 행정시장이 토로하면서 화제가 됐다. 행정시장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다. 이제는 행정시장의 체면을 살려줘야 할 도지사까지 깔아뭉개고 있다. 행정시장의 임기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제주도가 하반기 정기인사를 앞두고 취임한지 1년도 안된 이중환 서귀포시장을 바꾸기로 하면서 지역사회는 물론 공직사회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서귀포시민연대는 그제 성명을 내고 "서귀포 행정시장은 누구를 위한 시장인가"라며 원희룡 도정을 겨냥하고 나섰다. 시민연대는 "아직 1년의 임기가 남아있는 행정시장을 교체하는 것은 서귀포 행정을 무시하고 시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시민연대는 "원 도정의 특별한 이유없는 시장 교체 계획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공직사회 내부에서도 쓴소리가 쏟아졌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는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서귀포시장을 또 교체한다는 소식에 서귀포 시민사회와 공직사회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원 도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공노 제주지부는 "하다못해 읍면동장이 1년 만에 교체돼도 지역주민들로부터 원성을 사는데, 행정시장 교체는 임기를 보장하겠다는 도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린 처사가 아닐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적폐청산에 매진하고 있는 새 정부의 기조에서 오히려 적폐를 답습하는 도정이 개탄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잖아도 원 도정은 행정시의 기능 강화를 강조해 왔다. 그러면서 행정시장의 임기를 완전히 무력화시키고 있다. 행정시장의 권한 강화는 한낱 구호에 그쳤다. 이처럼 '허수아비 시장'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그동안 행정시장 직선제와 기초자치단체 부활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던 것이다. 알려진대로 인사가 이뤄질 경우 후임 행정시장의 임기는 10개월도 안된다. 취임해서 업무를 파악하다보면 다 끝나고 만다. 원 도정이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선거용 인사'란 비판을 받는 이유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662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