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탈법도 관행처럼 묵인되는 소방공무원 비리

[사설]탈법도 관행처럼 묵인되는 소방공무원 비리
  • 입력 : 2017. 07.19(수) 00:00
  •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연이어 터지는 제주지역 공직사회 비리 앞에 할말이 없다. 이번엔 소방장비 납품 비리에 소방공무원이 대거 연루돼 충격을 주고 있다. 그 수만 해도 무려 102명에 이른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제주지검은 17일 소방장비 납품비리 관련 수사를 벌여 13명의 비리를 적발했다. 이 가운데 사기와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8명은 불구속 기소하고, 5명은 약식 처분했다. 나머지 80여명은 제주도감사위원회에 비위사실을 통보했다. 현직 공무원이 이처럼 무더기로 비리에 연루되고 징계에 내몰리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조사결과 이들은 업자와 짜고 허위계약서를 작성해 예산을 빼돌리는 수법을 사용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40여 차례에 걸쳐 허위서류로 부풀린 금액만 1억 원 상당이다. 업자는 이중 20% 가량을 수수료 명목으로 챙기고 나머지는 소방공무원들에게 돌려줬다. 빼돌린 돈은 부서 회식비나 각종 행사비로 사용했다고 한다.

특히 문제가 심각한 것은 한 개인의 단발적 일탈행위가 아니라는 점이다. 제주도내 거의 모든 소방관서에서 오랜 기간 경비 마련 명목으로 관행적으로 이뤄진 구조적 비리로 드러났다. 이처럼 장기간 비리가 가능했던 원인이 있었다. 결재·감독권자 등도 비리 행태를 묵인하거나 감독을 하지 않았다. 20명 남짓한 소방공무원들은 근무관서만 바꾸면서 계약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니 납품업자들과 유착이 가능했던 것이다. 지방계약법 등은 무용지물이었다. 한마디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나 다름없다. 수년간 비리가 이어져도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제주 공직사회는 비리온상이라는 따가운 비난을 사고 있다. 여기에 소방공무원까지 비리사슬로 엮인 판이다. 도민적 상실감은 물론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도 도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대다수 소방공무원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이기도 하다. 이들의 행위는 국민 안전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비리 발생을 가능케 한 인사시스템은 물론 제도적 허점도 개선하지 않으면 안된다. 도감사위를 비롯 당국의 관리감독 기능이 작동되지 않은 것에 대한 점검과 보완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3158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