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광장]'제주의 휴일' 만들어 봅시다

[문화광장]'제주의 휴일' 만들어 봅시다
  • 입력 : 2017. 07.14(금)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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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캉스철이다. 프랑스어인 바캉스는 그 어원이 비워낸다는 뜻이다. 일상의 묵은 스트레스를 비워내고 재충전할 수 있는 바캉스는 잠시 쉼표를 찍는 귀한 시간이다. 가까이 또는 멀리 여행 떠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원한 영화관을 찾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바캉스 기간에 집중적으로 영화를 많이 보는 필자는 영화에 담긴 자연의 풍광, 도시의 정경, 일상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등을 통해 정보와 감동을 함께 얻곤 한다.

영화라는 예술 매체가 촬영지를 사람들의 기억에 각인시키는 좋은 예가 있다. 오드리 헵번과 그레고리 펙이 주연을 맡은 '로마의 휴일'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의 명작으로 전 세계인들에게 로마를 방문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필자 역시 이 영화 촬영장소인 스페인 광장의 계단을 걸어 내려오고 트레비 분수에서 등 뒤로 동전을 던지는 전형적인 관광객 행위를 해본 적이 있다. 제작된 지 반백년도 더 지난 이 영화는 세대는 다를지 몰라도 로마를 찾는 이들에게 기본적 관광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몇 년 전에 영화 '셜록 홈즈' 시리즈 중 하나를 보다가 첫 장면에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필자가 유학했던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대성당이 영화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 대성당은 여름 바캉스 시즌 동안 저녁에는 증강현실 이벤트를 통해 상상을 초월하는 멋진 모습으로 변신하여 지역민과 관광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우리나라 TV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남성연기자들이 방문해서 더욱 유명해진 명소다. 이 영화 관련 정보를 검색해보니 영화 초반에 22초 나온 대성당 앞 장면 촬영에 3일 걸렸는데 엑스트라 400명, 1890년대 모습을 재현하기 위한 여러 소품 제공업자, 호텔, 식당 등 스트라스부르가 벌어들인 돈이 180만 유로, 우리 화폐로 환산하면 25억 원이다. 게다가 겨울 관광 비수기에 도심에서 촬영하여 관광관련 업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수익이 돌아갔다. 스트라스부르에는 영화로케이션 담당부서가 있는데 담당자의 뉴스 인터뷰를 보니 얼마나 신이 났는지 웃음꽃이 만발한 표정이다.

'로마의 휴일'과 '셜록 홈즈', 이 두 작품의 예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영화 촬영 도시가 관객의 기억에 각인된다, 관광지로 유명한 도시의 문화예술적 격을 높여준다, 그리고 영화 촬영이 지역 경제에 기여한다. 적어도 이 세 가지를 놓고 보면서 필자가 오래 전부터 생각해온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제주를 소재로, 주제로 한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제주의 휴일'이라는 제목에 무슨 소리인가 어리둥절하겠지만 다름 아닌 전 세계인의 마음에 새겨진 명작 '로마의 휴일'에 필적할만한 작품 '제주의 휴일'을 만들어보자는 꿈이다. 일상의 공간이자 역사적 공간인 제주시 원도심의 근현대 모습과 이야기를 영화에 담아볼 것을 제안한다. 제주항, 동문로터리, 해병혼탑, 옛 동양극장, 동문시장, 산지천, 고씨주택, 칠성로, 한짓골, 옛 남양방송국, 중앙성당, 박씨초가, 옛 제주극장, 성내교회, 관덕정, 무근성, 시민회관 등 제주시 원도심이 간직하고 있는 무수한 이야기들을 엮어낸다면 불가능하지 않다.

영화는 기록이자 예술이다. 우선 문서와 사진 같은 기록물과 증언을 바탕으로 이야기 구슬들을 잘 꿰는 훌륭한 시나리오가 나와야 할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뛰는 이 프로젝트에 동참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고영림 (사)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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