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포커스]다시 쓰는 '漢山 부종휴' (상)

[한라포커스]다시 쓰는 '漢山 부종휴' (상)
'토종 과학자' 업적 발굴·기념사업 공론화
  • 입력 : 2017. 06.27(화)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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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부종휴 선생과 꼬마탐험대의 만장굴 탐사 7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10월 제주시 구좌읍 만장굴 입구에 부종휴 선생과 꼬마탐험대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설치됐다. 강경민기자


만장굴·김녕교 기념조형물 제막… 동화도 선보여
제주도·기념사업회 세계유산 선구자 재조명 활발
올해 등재 10년 맞아 업적 발굴 보고서 곧 구체화


제주 세계자연유산 선구자 한산(漢山) 부종휴(1926~1980) 선생이 생전 남긴 자랑스런 역사가 다시 쓰여지고 있다. (사)한산부종휴선생기념사업회 출범을 전후해 본격화된 부종휴 역사 다시 쓰기는 제주도와 교육계, 자연과학·인문, 문화예술계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특히 올해 제주 세계자연유산 등재 10주년을 맞아 부종휴 선생 업적 발굴사업 보고서가 곧 윤곽을 드러낼 예정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부종휴

부종휴 선생은 제주를 대표하는 근현대 과학자다. 광복 이후 식물과 동굴, 산악, 고고학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뚜렷한 족적을 남긴 자랑스런 제주인이다. 만장굴 외에도 빌레못굴과 수산굴, 서귀포 미악 수직굴 등 제주의 수많은 용암동굴들과 그 속에 묻혀 있던 고고·역사적 유물들이 세상에 알려진 것도 그가 일궈낸 개가다.

그는 '한라산 박사'로 통할 만큼 괄목할 만한 업적을 남겼다. 식물학자이기도 했던 그는 광복 후부터 1970년대까지 혼자 한라산의 식물을 조사하고 학계에 알렸다.

세계 유일의 왕벚나무 자생지 발굴, 1400여종에 그쳤던 한라산 식물에 300여종을 새롭게 찾아냄으로써 오늘날 한라산을 2000여종이 자생하는 '식물의 보고'로 부각시켰다. 이러한 풍부한 현장 경험과 조사는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설정, 국립공원 지정에 결정적 토대가 됐다.

그가 1974년 집필한 '한라산 천연보호지구, 자원보고서'는 그 결정판이다. 그의 족적들은 제주 자연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이었다.

훗날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 등 자연과학분야 유네스코 3관왕에 빛나는 제주 보물섬의 진가가 그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하지만 그의 괄목할 업적과 활동상은 세월의 망각 속에 묻혀진 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었다. 부종휴기념사업회가 여기에 불을 지폈다. 부종휴기념사업회는 2015년 12월 창립총회를 거쳐 지난해 7월 공식 출범했다.

이를 계기로 제주 세계자연유산의 선구자로서 걸출한 업적을 남긴 부종휴 선생에 대한 기념사업이 제주도와 도의회, 기념사업회를 중심으로 닻이 올려졌다. 고민수 전 제주시장을 이사장으로 추대하고 홍경희 의원을 중심으로 제주도의회, 부만근 전 제주대 총장을 비롯한 각계 원로, 그리고 분야별 전문가들이 기념사업에 동참하고 나섰다.

지난해 7월 15일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국제트레킹 부대행사로 부종휴 선생을 기념하고 재조명하기 위한 심포지엄이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거문오름 지구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에서 열렸다. 이 심포지엄은 제주도가 주최하고 거문오름국제트레킹위원회가 주관했으며, (사)한산부종휴선생기념사업회가 후원했다.

이어 제주도는 첫 성과물로 지난해 10월 20일 세계자연유산 만장굴 입구에 기념비적인 조형물을 세우고 제막식을 열었다. 제막식에는 꼬마탐험대 중 생존자와 부종휴 선생의 유족, 도의원, 기념사업회 임원, 세계자연유산해설사회 회원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부종휴 선생은 일찍이 자연과 문화, 사람의 가치를 인식해 불굴의 모험정신으로 제주 세계자연유산의 단초를 놓은 선구자라고 평가하고 제막을 축하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10월 27일 제주시 구좌읍 김녕초등학교 교정에서는 '부종휴 선생과 꼬마탐험대 만장굴 발견 70주년 기념비 제막식'이 열렸다.

제주 세계자연유산과 세계지질공원의 선구자 부종휴와 꼬마탐험대의 업적을 재조명하고 기념하는 사업이 교육계로 확산되는 순간이었다. 김녕교는 부종휴 선생이 광복후 '꼬마탐험대' 제자들과 만장굴 탐사를 이끌던 당시 재직했던 학교다. 제막식은 부종휴 선생의 업적과 자랑스러운 꼬마탐험대 선배들의 도전정신을 길이 간직하고 후배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 마련한 뜻깊은 행사였다.

그 즈음 '부종휴와 꼬마탐험대' 이야기가 장편 동화에 담겼다. 도서출판 열림이 펴낸 '부종휴 선생님의 만장굴 탄생 이야기-괴짜 선생과 꼬마 탐험대'다. 강순복 동화작가가 글을 쓰고, 서혜경 일러스트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동화는 1946년 김녕국민학교 6학년 담임이던 부종휴와 그의 제자 '꼬마탐험대'가 만장굴을 처음 세상에 알린 실화를 담았다. 꼬마탐험대였던 김두전씨가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장면으로 시작해 횃불에 의지한 채 만장굴을 탐험했던 체험이 생생히 기록됐다. 부종휴와 꼬마탐험대의 탐험기가 동화로 쓰인 건 처음이었다. 강시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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