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소방관의 기도

[열린마당]소방관의 기도
  • 입력 : 2017. 06.27(화) 00:00
  • 양윤석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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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구미 불산 누출사고 당시 진화작업에 나섰던 소방공무원의 후기 다. "현장에 들어가면 죽는다는 말이 나오고 다들 현장에 들어가기를 회피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막아야 하고 구조대원이기에 '내 의무를 다할 때가 됐구나'하고 화학복을 입으면서도 막내 소방관에게는 '넌 여기 남아있으라'고 지시했다. 아무래도 여기서 잘못되면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막내가 죽어도 같이 죽자면서 화학복을 입을 때 가슴으로 눈물을 흘렸다."

이러한 그들의 열악한 복무 환경과 처우 등이 알려지게 되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다. 일례로 아직까지 국회에 머물러 있는 '소방관 눈물 닦아주기 법'을 응원하기 위한 톱스타들이 연일 소화기분말을 뒤집어쓰고 있는 '소방관 GO 챌린지' 캠페인이 전개되고 있다. 이 캠페인 취지의 입법 내용을 정리해보면 소방공무원으로만 구성된 정부조직인'소방청'을 만들어 그들에게 살림을 내어주고, 모든 소방공무원의 신분을 국가직으로 하여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확립하게 하는 것이다. 국가직으로 단일화된 조직에서 일할 때 생기는 자긍심과 사기가 소방공무원의 눈물을 멈추게 할 것이라고 생각 한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현직에 있는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소방관 눈물 닦아주기'는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과 국민을 위해 많은 봉사를 하니 우리의 처우개선을 바라고 단순히 소방관의 복리후생비를 증가 지원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에게 해야할 일을 신속히 하지 못해 더 큰 후유증을 가져오는 소방관으로서의 자책의 눈물이자, 우리들 본연의 임무가 피 눈물을 흘리며 쓰러진 국민을 위해 뛰어 가는 땀이며, 이것을 오로지 하나뿐인 자기사명으로 여기는 소리없는 외침이자, 다시 웃음을 찾은 사람을 보며 보람 속 흘리는 소방관의 눈물을 닦아주자는 것이며 또한 이것이 내 소방관의 기도이다. <양윤석 서귀포소방서 동홍119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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