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수준 독자방역 구축 '잰걸음'

국경수준 독자방역 구축 '잰걸음'
제주 고병원성 AI 사태 그 후…
축산물 반입시 해당시도 검역기관 증명 검토
증명 통과해도 독립축사서 추가 검사 후 반입
  • 입력 : 2017. 06.26(월) 17:32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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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점소독시설 '센터' 격상… 차량 5분 간 방역

제주를 휩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난 6일을 기점으로 20일 째 AI추가 의심사례는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이번 사태는 제주에 큰 상처와 교훈를 남겼다.

▶14만여 마리 생죽음=전북 군산 종계장에서 시작한 고병원성 AI사태로 제주는 막대한 피해를 봤다. 지난 2일 '토종닭 5마리가 폐사했다'는 신고가 방역당국에 최초 접수된 다음 날부터 닷새 간 도내 34곳에서 14만5095마리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됐다. 도내 전체 가금류 183만 마리 가운데 약 8%가 닷새 만에 사라졌다.

 살처분은 AI확진 판정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진행됐지만 돌이켜보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다. 예방적 살처분이 이뤄진 34곳 가운데 6곳 농가에서 검출된 AI 바이러스는 정밀검사결과 전염성과 치사율이 높은 고병원성으로 판명됐다. 지난해 11월 고병원성 AI가 전국을 덮친 상황에서 6개월 넘게 버텨오던 제주도의 방역망이 허망하게 뚫린 순간이었다.

 이전에도 도내에선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종종 발견됐지만 폐사한 철새나 분변에서 검출된 것이어서 주변 지역의 방역만 잘하면 농가로 전파되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엔 애초부터 고병원성 AI를 지닌 군산 종계장의 오골계가 도내 농가로 직접 유통되다보니 '농가 전파'를 막지 못했다.

특히 AI의 진원지로 지목된 군산 종계장과 이 종계장에서 오골계를 반입한 도내 2곳 농가는 지난달부터 발생한 집단 폐사 사실을 숨겨 사태를 키웠다.

▶독자 방역체계 구축=이번 사태는 전국적으로 AI이동제한조치가 해제된 지 한 달도 안돼 발생했다. 이동제한이 풀린 상황에서는 제주로 들어오는 가금류가 고병원성 AI를 지녔다해도 방역당국이 이를 걸러낼 방법이 없다. 제주도가 국경 검역 수준의 독자적 방역체계를 구축하려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앞으로 구축할 방역 체계의 윤곽은 어느 정도 잡힌 상태다. 현재 도는 다른 지역의 축산물에 대해선 '이상이 없다'는 식의 해당 시도 방역기관의 증명을 받아야 도내 반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외국에서 축산·수산물을 수입하려면 해당 국가의 공식기관이 발행한 검역증명서가 필요한 데, 이 같은 국경 수준의 검역제도를 제주에 도입하겠다는 생각이다.

 또 도는 다른 지역 검역기관의 증명을 받아도 곧바로 도내 농가로의 반입을 허락하는 게 아니라 일정 기간 독립축사에서 도내 방역기관의 별도 검사를 받도록 하는 '계류기간'을 거칠 예정이다. 계류 기간도 국가 간 축산물 수입 때 이뤄지는 검역조치다.

아울러 도는 평상시에도 제주도지사가 가축 전염병 예방을 위한 '특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특례를 제주특별법에 두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 관계자는 "방역에 관한 도지사 특별조치를 제주특별법 7단계 제도개선 과제에 포함하는 걸 고려하고 있다"면서 "다른 지역 축산물에 대한 계류기간을 두거나 해당 지역의 증명을 받는 것은 조례 개정만으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축산 차량에 대한 소독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도 동물위생시험소가 제시한 '동물방역체계 기능강화 계획'에 따르면 항만에 설치된 거점소독시설은 300㎡ 규모의 거점소독센터로 격상되고, 소독 시간도 기존 30초 이내에서 5분 이내로 늘어난다.

도 동물위생시험소 관계자는 "5억원을 투입해 소독시설을 센터로 격상할 계획"이라며 "센터가 구축되면 축산 차량 상·하부 뿐만 아니라 운전자에 대한 소독도 한층 더 촘촘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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