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긴 제주해군기지 첫 다국간 훈련

체면 구긴 제주해군기지 첫 다국간 훈련
캐나다 함정 대량 폐기물 미신고 배출
서귀포시, 대행업체에 300만원 과태료
캐나다군 부적절 행동으로 항의도 받아
  • 입력 : 2017. 06.25(일) 16:36
  • 표성준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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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역에서 진행된 첫 다국간 연합훈련에 참가한 캐나다 함정에서 대량의 쓰레기가 무단 배출돼 서귀포시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됐다. 사진=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대책위 제공

다국간 연합작전 훈련을 위해 제주해군기지에 입항한 캐나다 함정에서 쓰레기가 무단 배출돼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됐다. 장비 이상으로 10시간 만에 돌아간 미국 이지스구축함에 이어 제주 해역에서 진행된 첫 다국간 연합훈련이 시작부터 체면만 구겼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대책위원회(위원장 고권일)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입항한 캐나다 함정에서 배출된 쓰레기가 도내 폐기물처리업체 차량에 의해 제주에 반입됐다. 당시 제주해군기지에는 정화조 청소차량 4대와 5톤 규모의 쓰레기 하역차량 2대, 폐유 수거차량 2대 등이 대기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들 쓰레기가 서귀포시청에 폐기물처리 신고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반입되다 강정주민들에게 적발됐다는 점이다. 통상 외국 선박이나 함정이 제주에 입항할 땐 대행업체가 행정에 폐기물배출 신고 등의 업무를 대신하지만 대행업체가 이를 누락한 것이다.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서귀포시청 관계자는 "현장에서 약 4톤 분량의 쓰레기가 신고 없이 반입된 것을 확인했다"며 "사업장 폐기물의 종류와 발생량 등을 시장에게 신고해야 하는 폐기물관리법 규정을 위반해 과태료 300만원 부과 방침을 고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대대책위는 22일과 23일 양일간 정화조 차 4대 분량의 오물과 약 10톤 분량의 생활쓰레기가 반출된 사실을 확인하고, 당시 촬영한 사진 등을 토대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책위는 "제주도는 매번 외국군의 정화조를 청소해주고 무엇이 있는지도 모를 생활폐기물을 대신 버려주고 폐유 처리까지 해줄 작정인가! 결국 그 처리 비용은 또 누가 부담하고 있는가! 해군기지가 쓰레기에 각종 오물을 하역하는 관문이 될 줄은 몰랐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이날 서귀포지역 관광에 나선 캐나다군인이 해군기지 앞에서 시위하던 강정지킴이들을 향해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가 항의를 받는 일도 있었다. 강정지킴들에 따르면 당시 관광버스에 탑승해 있던 한 군인은 휴대전화를 이용해 한국어로 '엿 먹어라'라고 쓴 글을 들어보이고,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거나 손키스를 보냈다가 이후 버스가 주차된 곳에서 강정지킴이들의 항의를 받았다.

 한 강정지킴이는 "해당 군인은 제주에 오면서도 사전에 현지에 대한 정보를 전혀 교육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며 "해군기지로 인해 10년간 고통받는 주민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캐나다 군인의 부적절한 행위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앞서 이번 다국간 연합훈련을 위해 지난 20일 오전 제주해군기지에 입항한 미국 해군의 이지스구축함인 9200톤급 듀이함(Dewey)은 장비 이상으로 입항한 지 약 10시간 만에 돌아갔다.

 이에 대해 해군 관계자는 "당초 미군 측이 단순히 자체 일정 때문이라면서 장비 이상 사실을 숨긴 채 출항하려고 했다"며 "그러나 현재 민감한 한·미 등의 국제관계 때문이냐는 오해를 부를 수 있기 때문에 사실대로 공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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