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선충병에 뚫린 한라산, 방제대책 급하다

[사설]재선충병에 뚫린 한라산, 방제대책 급하다
  • 입력 : 2017. 06.23(금) 00:00
  • 김병준 기자 bjki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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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병과의 싸움이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재선충병이 온섬을 휩쓸면서 제주가 심각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급기야 그동안 안전지대로 여겼던 한라산국립공원 고지대까지 소나무재선충병이 침투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에 따르면 한라산 어리목 입구 도로변 소나무 1그루(해발 900m)와 고랭지 시험포 입구 소나무 2그루(해발 730m)가 재선충병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5년 한라산국립공원 내 소나무에 예방주사를 실시할 때도 해발 700m까지만 이뤄졌다. 그러니까 '해발 700m 이상은 소나무 재선충병 안전지대'라는 공식이 깨진 것이다. 재선충병이 고지대까지 퍼지면서 한라산국립공원 내 1000m 고지 이내는 물론 국립공원 전체로 확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3그루의 재선충 감염목은 제주도가 5월22일부터 6월12일까지 고사지 전체에 대한 정밀조사를 진행하면서 확인됐다. 제주도가 발생 원인을 분석한 결과 해발 730m 지점에서 확인한 감염목 2그루는 지난해 재선충 감염목이 발생한 어승생 제2수원지 부근(해발 683m)에서 약 400m 떨어져 있어 자연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발 900m에서 발견된 1그루는 직선거리로 2㎞ 이상 떨어져 있어 자연적인 확산보다는 차량 등에 의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어쨌든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닥쳤다. 한라산 고지대까지 재선충병이 번지면서 재선충 재앙으로부터 한라산 소나무를 지켜내야 하는 과제가 발등에 떨어졌다. 초기 안일한 대응이 얼마나 큰 피해를 부르는지 소나무재선충병을 통해 실감하게 된다. 2004년 9월 제주시 한 골프장에서 소나무재선충병이 처음 확인될 때만 해도 하찮게 여긴 것이다. 그게 오늘날 소나무 재앙을 맞고 있다. 재선충병으로 지금까지 190만여 그루의 소나무가 잘려나갔다. 여기에 투입된 비용만도 1800억원에 이른다. 실로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도 없다. 적기 방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세계자연유산 한라산 산림생태계에 치명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한라산을 지키기 위해 산림청을 비롯한 중앙부처 및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서둘러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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