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생이모자반, 하이얀 새가 되어 날다

괭생이모자반, 하이얀 새가 되어 날다
제주현대미술관 '생태미술 2017-공존 순환'전
  • 입력 : 2017. 06.22(목)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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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연의 '존재의 가벼움Ⅵ'.

해안가 등서 수집한 재료로 생태계 관계망 담아
생태의제 특성화 전략 내세운 미술관의 첫 행보


제주는 지금, 범죄가 아니라 자연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2년전, 8억원을 들여 해안가에서 수거한 분량이 1만2000t에 이른다. 올해도 그들의 습격이 이어졌다. 선박 스크루에 감긴 걸 제거하려던 사람이 목숨을 잃는 일까지 있었다. 괭생이모자반이다. 제주로 쉴새없이 밀려드는 괭생이모자반은 경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해조류 서식에 악영향을 미치고 해상사고의 위험까지 낳는다. 지자체는 말없는 괭생이모자반과 '전쟁'을 선포했다. 오늘도 어느 바다에선 치워도치워도 끝이 없는 괭생이모자반을 수거하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생각의 군살을 빼기 위해 몸을 움직인다'는 강술생 작가는 지난 봄날 내도 알작지 해안에서 괭생이모자반과 만났다. 그는 무작정 그것들을 수거했다. 그리곤 그걸 삶아 햇볕에 말렸다.

제주시 한경면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제주현대미술관 벽면에 그 괭생이모자반이 걸렸다. 해류를 타고 제주로 유입되는 괭생이모자반의 모습을 담은 영상 위에 그것들이 인간의 얼굴을 가로지르는 하얀 새가 되어 날아가고 있다. '괭생이모자반의 민낯'이다. 자, 이제 그들을 어찌할 것인가.

제주현대미술관의 새로운 기획전 '생태미술 2017-공존 순환'전은 우리에게 물음을 던지며 시작된다. 제주에 거주하는 4명의 작가가 초대돼 이 땅에서 살아가는 뭇 생명체와 사람이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 묻는다.

강술생의 '괭생이모자반의 민낯'

강술생은 해안가 등에서 수집한 '소장품'을 재료로 관계를 말한다.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을 떠나 모든 존재는 연결되어 있다. '나뭇가지의 유기적 관계망'은 관객 참여로 완성되는 작품이다.

서귀포시 이중섭미술관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한 김주연은 널리 알려진 '이숙(異熟)'과 '존재의 가벼움' 연작으로 씨앗이 발아하고 성장하고 소멸해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사진과 함께 무생명체인 옷이 초록싹으로 뒤덮이는 설치작품이 놓였다.

변금윤은 애니메이션 '댄서'와 '축제'로 작은 생명체들의 살아있음을 표현했다. 서성봉은 해안가에 널브러진 나무, 돌 등을 채집해 익숙한 자연의 기억을 '떠밀려 오다가' 연작으로 풀어냈다.

이번 전시는 '생태의제'를 특성화 전략으로 내세운 제주현대미술관의 새로운 출발을 보여주는 자리다. 제주현대미술관은 매년 생태미술 전시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전시는 오는 7월 16일까지 계속된다. 문의 710-7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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