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행정 불신 자초한 오라관광단지 말바꾸기

[사설]행정 불신 자초한 오라관광단지 말바꾸기
  • 입력 : 2017. 06.15(목) 00:00
  •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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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오라관광단지 조성 사업과 관련 도의회가 요구한 자본 검증을 먼저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도의회 신관홍 의장이 지난 12일 오라관광단지사업 자본을 검증한 뒤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하자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십 수 년을 끌어온 이 사업은 소모적 논쟁만 벌이다 결국 자본 검증의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됐다.

제주도로서는 도의회의 요구와 도민사회 일각의 우려를 감안한 결정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 대해 손바닥 뒤집듯 정해진 절차를 뒤집으면서 행정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불신을 자초한 것은 대외신인도 면에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과 조례 등 제도적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환경영향평가 동의안 심의 절차 중인 사업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행정적·절차적 타당성 논란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제주도의 결정은 원 지사의 기존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원 지사는 지난해 11월 도의회에서 오라관광단지 사업과 관련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도의회 동의를 받으면 사업승인 이전단계에서 철저한 자본 검증을 하겠다"고 했으나 이를 뒤집은 것이다. 도의회 또한 환경영향평가 동의안 처리과정에서 오락가락 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완과 검토 등을 이유로 두 차례 보류한 뒤 이번 도의회 정례회에서 처리가 기대됐으나 자본 검증을 이유로 제주도로 공을 넘겨버린 것이다. 이는 자본 검증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환경영향평가 동의안 심의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를 부린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이번 제주도와 도의회의 결정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인 부담을 덜기 위해 사업승인 결정을 선거후로 미루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선도 있다. 어떤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규모 개발사업과 관련 투자 자본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데는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도민의 우려를 불식하고 자본의 투명성과 효과적인 사업 추진을 담보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행정적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예측가능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않고서는 정책결정의 정당성을 확보하기가 힘들어진다. 이는 앞으로의 투자유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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