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훼손 가속화하는 오름 두고만 볼 것인가

[사설]훼손 가속화하는 오름 두고만 볼 것인가
  • 입력 : 2017. 06.08(목) 00:00
  •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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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속살을 드러낸 용눈이오름의 모습이 날로 훼손돼가는 오름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용눈이오름은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동부지역 오름군 가운데 단연 손꼽히는 곳이다. 유려한 능선따라 펼쳐지는 다양한 모습과 주변 경관에 매료된 탐방객들의 발길이 연중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용눈이오름은 원형을 잃어가고 있다. 탐방로 자체가 맨땅이 고스란히 드러날 정도로 크게 훼손돼 미관을 해치고 있는 것이다. 초록의 초원을 이루던 탐방로 주변은 검붉은 자갈길로 변한 처참한 몰골이다. 이 때문에 탐방객들이 정해진 코스를 벗어나면서 훼손 범위가 넓어지고 가속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보수 정비가 시급하지만 예산 문제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도는 매년 20억 원을 들여 약 100개 오름의 탐방로를 고무매트에서 친환경적인 야자매트로 교체하고 있다. 그런데 고무매트는 10년 정도 사용이 가능하지만 야자매트는 5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매년 20개 정도 야자매트 교체가 필요하지만 제때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방치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비단 용눈이오름뿐만이 아니다. 오름 탐방객들이 많아지면서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답압에 의한 훼손은 물론이고 철탑이나 인공구조물도 경관을 망치는 주범이다.

오름의 가치와 중요성은 새삼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제주의 대표적 환경자산으로 원희룡 도정이 추진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제주국립공원 대상 지역에도 오름이 포함돼 있다. 제주도내 오름 368곳 가운데 상당 수는 제주특별법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또한 개별 법령에 따라 보존·관리되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훼손 위협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있으나마나 한 것 아닌가.

하기야 제주도는 지난 해 오름종합계획을 수립하고도 실천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름 보전방안으로 휴식년제와 탐방 총량제 등이 제시됐지만 아직까진 말뿐인 계획에 그치고 있다. 제주도로서는 실천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지경이다. 자연은 한 번 훼손되면 회복하기가 힘들다. 더 늦기전에 오름 전반에 대한 전수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종합적 관리방안을 서둘러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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