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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칼럼]4·3의 적폐와 썩어빠진 어제와의 결별
김동윤 hl@ihalla.com 기자
입력 : 2017. 06.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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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평화공원에 갈 일이 종종 있다. 행사나 회의 참석을 위해서 가기도 하지만 외지에서 온 손님들과 함께 방문하기도 한다. 제주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4·3을 알아야 하고, 4·3을 알기 위해서는 4·3평화공원을 찾는 일만큼 좋은 게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4·3평화기념관의 전시를 관람하고 밖으로 나와서, 각명비를 둘러보면서 추념광장 쪽으로 이동하여 위패봉안소에 들른 후, 행방불명인 표석들을 본 다음, 내려오다가 비설(飛雪) 조형물에서 걸음을 멈춰보는 방식으로 손님들을 안내하곤 한다. 함께 그곳을 찾은 분들은 대개 4·3에 대해 공감하면서 제주를 더 잘 이해하는 기회가 되었음에 감사를 표한다.

지난 2일에도 4·3평화공원에 들렀다. 전날 '동아시아 섬 지역의 언어와 문학'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하고 나서, 행사 참석자들과 함께하는 제주문화 답사 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키나와에서 온 세 분, 대만에서 온 두 분, 그리고 국내에서 참석한 분들과 함께 그곳을 방문했다. 그날 따라 날씨도 좋아서 우리 일행들은 모두 만족해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나는 4·3평화기념관의 한 전시물 앞에 멈춰 서서 불쾌감을 느껴야 했다. 이는 그날만의 새삼스러운 감정이 아니라 수년 전부터 느끼던 것이었다. 도대체 그 전시물이 왜 거기에 설치되었는지, 왜 지금까지 버젓이 한 자리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평화의 섬에 인권의 나무 심다'라는 전시물과 노무현 대통령 사과 영상 사이에 '대선 후보시절 4·3영령들의 안식을 기원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분향(2007. 3. 2)' 사진이 걸려 있는 것이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직기간 동안 한 번도 그곳을 방문한 적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4·3운동에 찬물을 끼얹은 장본인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4·3위원회 폐지를 추진하고(거센 반대로 유지되긴 했으나 그 역할이 약화됨), 행정안전부 산하 4·3지원단을 폐지했는가 하면, 4·3추가진상조사 약속 등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그에 편승하여 일부 극우 세력들은 끊임없이 4·3을 흔들었다. 4·3운동의 거대한 흐름을 거스르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그런 정부를 등에 업고 이어졌음을 우리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어떻게 '진실 찾기의 역사'를 선보이는 자리에 그런 전시물이 설치될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개관(2008년 3월) 당시엔 없던 것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들어선 전시물이다. "4·3에 대한 평가는 제대로 됐으며, 평가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이명박의 대선후보 시절 인터뷰 내용을 '화해와 상생: 제주4·3위원회 백서' 305쪽에서 인용해 게시한 것을 보면, 그 책의 발간시기인 2008년 12월 이후에 설치된 것만은 분명하다. 4·3 흔들기가 계속되자 정부 눈치보기용으로 설치한 것일까, 아니면 그런 지시가 내려왔던 것일까.

내가 4·3평화재단 이사이던 시절에 이사회에서 그 전시물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언제 어떻게 그것이 설치됐는지를 파악하고, 철거토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재단 관계자는 경위를 파악한 후 합당한 방안을 마련해 보고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아직도 4·3평화기념관에 그런 전시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4·3영령과 제주도민에 대한 모독이다. 그것은 청산해야 할 4·3의 적폐다. 김수영 식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선 그 전시물을 철거함으로써 "썩어진 어제와 결별"해야 한다. "아아 어서어서 썩어빠진 어제와 결별하자/ 이제야말로 아무 두려움 없이." <김동윤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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