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아동 80명의 자유로운 제주 나들이

발달장애아동 80명의 자유로운 제주 나들이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효니프로젝트'
아시아나 등의 도움으로 비행기 여행 실현
  • 입력 : 1970. 01.01(목) 09:00
  • 채해원 기자 seaw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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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김포공항을 출발하는 아시아나항공 전세기(OZ8963편)를 타고 제주 여행을 온 발달장애아동과 가족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발달장애아동과 가족 187명이 2박3일 제주도 나들이에 나섰다. 비행기 여행을 지레 포기해온 발달장애아동의 현실을 알리고 발달장애인들을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진행된 '효니프로젝트'를 통해서다.

 30일 발달장애아동 80여명은 엄마 또는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제주를 찾았다. '다른 승객들에게 피해를 줄까' 마음을 졸이지 않아도 됐던 보호자들의 얼굴에선 안도와 여행에 대한 설레임이 묻어났다.

 아이들의 돌발행동 때문에 지적장애나 자폐증세가 있는 발달장애인의 가족들에게 비행기를 타고 가족여행을 떠나는 것은 꿈 같은 일이다. 참가 가족 중엔 15년 동안 한 번도 비행기를 타보지 못한 아이, 아이를 낳고 여행 한 번 못 가 본 부모들도 있었다. 이들이 용기를 내 제주여행을 올 수 있던 것은 '효니프로젝트'덕분이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11월 자폐장애가 있는 딸 지현(16)양과 제주 여행을 온 김미수(45)씨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김 씨는 비행기 탑승 전 아이가 장애가 있어 의자를 흔들거나 소리를 지르는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양해를 구했지만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를 계기로 김씨와 김종옥(55)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동작지회장 등은 효니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효니프로젝트가 실현될 수 있었던 것은 서울시와 아시아나항공의 도움이 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아시아나 항공과 효니프로젝트팀 간 다리 역할을 했고, 아시아나 항공은 전세기를 띄우고 의료서비스팀 간호사, 제주현지자원봉사자 지원 등에 적극 나섰다.

 이날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딸 한지현(가명·12)양과 처음 제주를 찾은 김나래(가명·39) 어머니는 "아이가 소리에 민감해 비행기 여행은 엄두도 못냈지만, 오늘 아이의 첫 비행은 성공적이었다"면서 "이제 목표는 아이와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이라며 웃었다.

 효니프로젝트의 주인공인 지현양의 어머니 김미수씨도 "아이들의 장애보다 힘든 것이 사람들의 시선"이라며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자기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사람들의 배려 속에 여행을 하고 그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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