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광장]월평 다라쿳당 불났젠 해도 몬딱 시드름 펀펀

[문화광장]월평 다라쿳당 불났젠 해도 몬딱 시드름 펀펀
  • 입력 : 2017. 05.30(화) 00:00
  • 문무병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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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달라지고 있다. 좋은 세상이 오고 있다. 촛불의 천심이 세상을 구해, 모든 게 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앞 사람이 오죽했으면 사람 냄새만 풍겨도 그렇게 아름다운가. 이렇게만 가면, 우리도 살만한 세상을 그릴 수 있어 기분이 좋다. 그런데 내가 사는 제주시 월평동 중앙고등학교 앞동산 '신동이마루(지명)' '다라쿳'(지명)에 있는 월평동 본향 다라쿳당이 불에 탔다는 신문 기사를 읽고 내게 와서 "다라쿳당이 불탔젠 마씸"하며 심각하게 전해주는 친구가 있었다. 신당은 절이나 교회처럼 마을 사람들이 기도하는 성소로 본향당이라 한다. 나를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50년 동안 이 분야의 연구를 하다 보니, 예수나 믿었으면 천당에나 가지 그 하찮은 미신 연구만 하니까 늘 그 모양 이라고 나를 일러 '추초봉상' 가을풀이 서리 만난 격이라 쓸쓸한 날 놀려먹기도 한다. 이젠 문화재위원도 아니니까 그런 데 신경 놓아야겠다면서도 기사를 보며 깜짝 놀랐다. 군밤 닷 되 심어 싹트기를 기다리듯 죽은 나무에 또 물주고 싶었다. 내가 읽은 기사는 너무나도 냉정하고 답답하게 사건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기사에 나온 당의 화려한 지전물색은 다라쿳당 것이 아니었다. 불타는 현장의 처참함에 대한 분노가 일어나지 않았다. 제주도 민속자료 월평 다라쿳당 신목은 불에 탔고…(5월 17일 수요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5시 44분쯤 제주시 월평동 다라쿳당 신목인 천선과나무가 불에 탔다는 신고가 접수됐으며, 현장 감식 결과 신당 안 신목 밑에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는 양초와 향로가 발견됐다. 소방 당국은 제주의 몇 안 되는 신당 유적의 훼철에 대한 심각한 의미부여가 없었다. 다만 다라쿳당은 보호수로 지정된 커다란 팽나무가 당을 지켜주는 모양을 하고 있으며, 천선과나무를 신목으로 하는 특징이 있으며, 원형이 잘 유지돼 2005년 4월 제주특별자치도 민속자료 제9-5호로 지정됐다고 하여 민속자료의 가치만을 얘기하다 말았다.(제주의 소리)

다라쿳당의 중요한 가치는 좌정하고 있는 산신, 은기선생 놋기선생, 허물할망 보제또 이야기와 은기선생이라는 아기의 버릇을 가르치는 여신의 특징과 신당 밑에 묻혀있는 자기류의 무덤, 그리고 '황금의 가지'와 같은 인류학서에 언급되는 고대제사 유적의 흔적도 간직하고 있는 중요한 신당유적이라는 것이다. 다라쿳당의 화재는 돈으로 살 수 없는 당오백 절오백 중 하나, 하늘로 가는 당올레가 너무 아름다운 다라쿳당이 불에 탔다는 절망감이었다. 이런 사고가 왜 일어났으며, 우리는 문화지킴이 역할을 잘 해내고 있었는지 반성해보는 것이다. 우리 문화경관의 아름다움을 지켜내는 것은 제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다. 불꽃의 생명을 살려내지 못하는 것은 반생명적 죄악이다. 남의 성소에 와 불을 낸 사건에 중요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는 토주관을 죽이려는 음모, 촛불을 끄려는 반역이 불이 모르는 시간에 우리의 공동체와 우리의 문화재를 좀먹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각성이 필요하다.

100만평의 오라벌에 메밀을 심고, 보리를 갈아 관광객을 유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을의 성소 신당을 보존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다라쿳당의 화재는 작은 사고가 아니었다. 나는 사고가 난 지 10일이 지났지만 걱정이 되어 26일 오후 3시경에 다라쿳당에 가 보았다. 불이 난 뒤인지 신당이 캉캉 말라있었다. 우리 제주 사람들만이라도 이곳에 들려 실수로 저지른 인재를 사죄하며 신의 노여움을 풀어드리자.

<문무병 민속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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