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음식 단순한 조리법은 빈곤과 무관"

"제주음식 단순한 조리법은 빈곤과 무관"
김은실 교수, 제주시 인문학 아카데미 강연서 제기
"발효 좋아 날된장 사용 등 간단하게 조리해야 제 맛
토종식자재 부족·땅 오염 청정 제주음식 위상 위협"
  • 입력 : 2017. 05.28(일) 15:52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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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음식은 흔히 조리시간이 짧고 조리법이 단순하다고 말한다. 양념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 기름에 튀기거나 볶는 대신 삶거나 무침이 많은 점도 제주음식의 특징으로 꼽힌다. 이는 제주음식을 자연·날것에 가깝도록 여기며 문화의 결핍, 빈곤, 저발전의 상징으로 여겨져왔다. 과연 그럴까.

제주출신인 김은실(사진) 이화여대 교수는 지난 27일 제주시 인문학 아카데미 ''오래된 미래'로서의 제주음식-제주음식의 지역성과 탈식민성' 주제 강연에서 "제주음식은 지역성과 로컬지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로컬의 음식과 그 맛을 중심으로 사고를 하면 제주음식의 단순한 조리법은 생계형이기보다 간단하게 조리해야 제 맛이 나는 음식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주음식에 대한 폄하가 제주음식의 특징이 육지와는 다르다는 점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문화와 자연, 조리된 것과 날 것 등 음식의 위계를 구별하는 가장 단순한 이분법이 지배층이 살고 있는 서울음식과 제주음식의 구도에 적용된 결과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지역의 조건과 식재료가 음식의 차별성을 만들어낸다"며 날된장을 사용하는 오이냉국, 자리물회를 예로 들었다. 다른 지역에선 여름 냉국에 주로 간장을 쓰고 된장을 군내 때문에 끓여서 사용하지만 제주는 발효조건이 좋아 날된장을 물에 풀어 먹는다. 그는 "음식의 조리법이 단순한 사회적 상황의 결과라기 보다는 오래기간 걸쳐 특정한 지역내에서 진화하고 발전해온 지역사회의 경험이나 지혜가 반영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또한 제주지역의 낮은 식량자급률이 제주음식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평균 식량자급률은 26%로 제주 역시 25~27%선에 머물러 있다. 김 교수는 "제주음식이 청정음식으로 평가받지만 토종 식자재의 부족, 땅의 오염 등으로 그 실상을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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