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그렇게 '청렴' 외치는데도 공직비리 판치니

[사설]그렇게 '청렴' 외치는데도 공직비리 판치니
  • 입력 : 2017. 05.26(금) 00:00
  • 김병준 기자 bjki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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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교량사업을 둘러싸고 비리로 얼룩졌다. 공무원은 특정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대신 공무원은 금품을 받아 챙겼다. 관련부서 공무원은 하위직에서부터 고위직에 이르기까지 비리에 연루됐다. 부패 고리로 얼히고 설킨 업체와 공무원의 유착관계가 이렇게 심할 수가 있나. 놀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제주지방검찰청은 그제 제주시 한북교 교량공사와 관련해 관급자재 납품 비리를 저지른 전·현직 공무원 5명과 알선브로커 2명, 공무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업체 관계자 1명 등 총 8명을 구속했다. 또 수사과정에서 새로 혐의가 드러난 전직 공무원 2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 조사결과 업체 관계자들은 공무원들을 상대로 평소 명절 떡값이나 선물 등으로 지속적인 유착관계를 형성하고, 담당 공무원들은 공사 발주시 특정업체에 공사를 밀어준 후 거액의 금품을 받았다. 이러한 유착관계는 공무원들이 퇴직한 이후에도 끈끈하게 이어졌다.

일부 공무원들은 퇴직 후에는 유착업체의 대표이사 등으로 영입돼 급여와 차량 등을 제공받고 후배공무원들에게 청탁하는 등 영업브로커로 활동했다. 이는 결국 전·현직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유착업체의 영업브로커로 활동하는 '관피아'가 형성돼 부패 고리 역할을 한 것이다. 금품을 받고 업체 편의를 봐 준 공무원은 하위직과 고위직 가릴 것 없이 가담했다. 그런가하면 업체 관계자는 금품수수 사실을 빌미로 공무원을 협박해 계약을 따내거나 1억원이 넘는 금품을 갈취하는 등 교량 관급자재 납품을 둘러싼 비리가 심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번 사건은 전·현직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피아'가 부패에 적극 관여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업무계통 선상에 있는 관계 공무원들이 모두 부패에 연루된 '비리백화점'으로 밝혀졌으니 말이다. 이처럼 업체와 공무원의 유착관계로 추진된 교량사업이 제대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겠는가. 도민 안전을 담보하는 교량 관급자재의 질을 저하시킴으로써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공직비리는 단지 비리로만 끝나지 않는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공직사회가 깨끗해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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