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포지엄]부종휴 선생 기념사업 기조연설·발제

[심포지엄]부종휴 선생 기념사업 기조연설·발제
"세계자연유산 등재 기여 불구 업적 전시공간 조차 없어"
  • 입력 : 2017. 05.25(목)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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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연설

▶새롭게 해석할 부종휴 선생의 메시지(김찬수 박사·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부종휴 선생은 5·16도로변 대규모 단일 수종 조림을 반대했다. 도로변 원시림 제거로 관광가치를 떨어뜨리고 자생식물 100여종이 멸종될 우려가 높은데다 연구기관 없이 시행하는 것은 무모하다는 지적이었다. 파초일엽과 지네난초의 절종, 솔잎난, 비자란 등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식물 보호주장을 폈다.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 반대, 한라산 구상나무의 위기도 부각시켰다. 부종휴 선생은 유일한 원천적 자연자원을 발견하는 등 과학자로서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살았다. 지식인으로서 지역사회에 대한 애정은 물론 동굴학자, 식물학자, 등산가, 사진가 외에도 자연환경보호운동가이기도 했다.





■주제발표

▶한라산 식물학분야의 연구업적과 그 의의(고정군 박사·세계유산본부)=부종휴를 가장 적절하게 대변하는 것은 식물학자다. 한라산을 수백회나 오르내렸던 그는 수많은 미기록 식물과 자생지를 찾아냈다. 한라산에 분포하는 식물이 미발표 내용을 포함해 1800여 종에 이른다는 보고는 부종휴를 통해 제기된 후 지금까지 거의 정설이 되다시피 했다. 그 이전에 알려진 1400종보다 무려 400종이 더 많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부종휴 선생이 남긴 보고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1964년 대한약사회지에 실린 제주도산 자생식물 목록(제1보)이라는 제하의 논문이다. 이 논문에는 물개고사리부터 제주국화까지 일련번호가 매겨진 333종이 기록되어 있다. 이들 식물 목록 중에서 번호 중복(18번), 식물명이 제시되지 않은 공란(289, 293, 296)과 속명만을 기록한 1종(44번)을 제외하면 총 103과 223속 330종으로 볼 수 있다. 식물 목록 중에는 최근 한국미기록으로 발표된 밤일엽아재비(2004), 그늘별꽃(2015), 털낚시제비꽃(2009) 등의 자생식물과 외래식물로 발표된 주걱개망초(1992)가 당시에 기록되었다는 것은 특이할 만 하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분포하나 제주도에서는 확인되지 않는 식물 10종도 기록되어 있다. 비록 당시의 식물분류학 연구의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부분적으로 종 분류 및 학명기재 등에 일부 오류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논문이 제주도 식물상을 정립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당시까지 제주도 식물상은 1400여 종이 알려져 있었으나 이들 연구결과를 토대로 제주도의 식물상을 1800여 종으로 정립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식물상 연구에 족적… 최근에도 한국미기록종으로 발표
한라산 식물 300여종 새롭게 추가 1800여종으로 재정립
만장굴·빌레못굴 등 답사 "한마디로 기인… 존경의 마음"
홍보·전시·연구총서·장학사업 등 기념사업 제언 이어져


▶제주도 용암동굴 발견과정과 연구업적(전용문 박사·세계유산본부)=부종휴 선생의 동굴 답사 기록들을 보면 한마디로 기인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의 동굴탐험 기록들을 보면 동굴을 기꺼이 탐사하는 이유가 장비가 주는 든든함이 아니라 동굴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가끔씩 탐방객이 없는 만장굴 비공개구간이나 김녕굴을 조사하다가 낙석 사이에 떨어져 있는 횃불의 흔적을 발견할 때가 있다. 이 횃불들은 아마도 60년 전 부종휴 선생과 꼬마탐험대가 들고 있던 그 횃불이 아닌가 싶어 유심히 들여다 볼 때가 있다. 후세 연구자로서 존경의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70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지났고 남은 기록도 많지 않지만 부종휴 선생이 제주도 동굴 연구에 남긴 발자취는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한라산 등반사로 본 부종휴 선생(서재철·사진작가, 발표문으로 대체)=나에게 부종휴 선생은 산악인이요, 동굴탐험가요, 식물학자이자 사진가였다. 한라산 구석구석 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제주섬 곳곳에 산재해 있는 동굴, 왕벚나무 자생지, 선인장 자생지 등 제주가 세계적인 식물의 보고임을 밝힌 부종휴 선생은 분명 시대를 잘못 만난 천재였다. 선생이 이뤄놓은 한라산 등반, 동굴, 식물은 지금 모두가 제주에 귀한 보물이 되었다.

▶채록에서 보인 부종휴 선생의 생애(황석규 박사·제주다문화교육 복지연구원)=부종휴 선생의 후배인 김상철(제주 4·3연구소 이사장)씨에 따르면 부종휴 선생에 대해 혼자서 한라산을 중심으로 탐색 작업했으며, 만장굴과 빌레못굴, 4·3유적지, 식물 발견자로 기억했다. 음악에 대한 조예도 깊었다. 하지만 동굴, 식물 등을 발견한 자료들이 정리되지 않았다. 꼬마탐험대 대원인 김두전은 초등학교 시절 부종휴 선생은 일주일에 1회로 돼 있는 자율학습을 과학반, 탐험반, 음악반으로 구성해 수업을 진행했다고 기억했다. 신상범씨와 김현우씨는 밤낮없이 한라산 식물을 분류하고 기록했으며, 모험심과 자유로움을 가진 진짜 자유인으로 부종휴를 평가했다.



▶언론을 통해서 본 부종휴(오수정·제주도의회 정책자문위원)=언론에 나타난 부종휴 선생에 대한 기록은 1961년부터 중앙지 34건, 지방지 79건이 확인된다. 중앙지는 서울대 생약연구원, 국립과학관 촉탁연구원, 제주산악회 소속 생물학자, 제주도민속학회 임원, 한라산우회 회장, 식물연구가, 자연애호가, 식물분류가로 부종휴를 기록했다. 지방지에서는 한라산우회 회장, 제주민속학회 연구이사, 전 교사, 식물학자, 산악인이란 호칭을 달았다. 언론에 보인 부종휴 선생의 업적은 1964년 1월 한라산의 새로운 식물 333종 발견, 신례리 왕벚나무 자생지 발견(1962년), 한라산국립공원 구역 설정(1964년), 한라산 흰진달래 발견(1968년), 최초의 동굴결혼식(1969년), 수산동굴 측량(1971년), 월령리 선인장군락지 발견(1972년), 1969년 백록담 마애명 발견(1973년) 뉴스다.



▶부종휴 선생 기념사업회, 어떻게 할 것인가(강순석 박사·제주지질연구소)=기념사업회를 일반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가장 시급한 사업이 홈페이지 제작이다. 아직까지 부종휴 선생을 기념하는 전시시설이 없다. 김녕초등학교 역사관에 일부 전시되어 있을 뿐이다. 한라산과 만장굴로 대표되는 선생의 연구 업적이 제주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시키는데 기여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한라산국립공원 탐방객센터 전시실과 관음사 코스 산악박물관에서도 선생의 발자취는 찾아볼 수 없다. 이들 박물관 전시실에 '부종휴 메모리얼룸'을 만들어 선생의 유품과 연구실적물을 전시해야 한다. 현재 수행되고 있는 발굴사업과 연계해 연구 실적물을 확보하고 신진 연구자들이 정리한 조사자료들을 체계적으로 모은 총서 발간이 요구된다. 또한 제주의 세계자연유산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한라산의 식물과 용암동굴을 비롯한 제주학 전반을 발표할 수 있는 학술대회를 매년 개최할 것을 제언한다. 부종휴 학술발표대회라고 해도 좋겠다. 부종휴 학술상과 장학사업도 꼭 필요한 사업이다. 강시영 선임기자





"기념사업 이제 첫걸음… 부종휴 선생 업적 이어가야"


고민수 (사)한산부종휴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아직 부종휴 기념관이나 상징 기념품조차도 없는게 현실이다. 도민과 관광객들이 부종휴 선생을 기억하게 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세계자연유산 제주 미래를 발전시키는 후속사업은 바로 부종휴 선생의 업적을 이어가는 것과 같다. 늦었지만 기념사업을 활발하게 진행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부종휴 선생 기념사업 심포지엄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경민기자

홍경희 도의원은 "이제 제도권에서 부종휴 선생 기념사업이 시작됐다. 체계적이고 깊이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기념사업을 정책화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고 했다.

심포지엄을 공동주관한 (사)제주역사문화진흥원 강만생 이사장은 "부종휴 선생 기념사업이 이제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성과가 서서히 드러나서 부 선생과 그가 남긴 업적에 경의를 표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기념사업을 지속적이고 효율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는 예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홍두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부종휴 선생의 업적을 발굴하고 선양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감사를 드린다. 세계유산본부도 부종휴 선생의 업적을 알리고 부각시키는 한편 (기념사업)예산 확보를 위해서도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상철 제주4·3연구소 이사장은 "부종휴 선생은 음악을 사랑한 낭만주의자이기도 하다. 그의 낭만성을 보전해야 한다고 본다. 전시공간도 필요하다"고 했다.

유족 대표로 참석한 장남 부명제씨는 "유족으로서 가슴이 벅차고 감동을 느낀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강시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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