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아닌 소설… 어둠의 역사 응시하다

희곡 아닌 소설… 어둠의 역사 응시하다
장일홍씨 장편 '신유화' 펴내
  • 입력 : 2017. 05.25(목)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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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4·3희곡작업 토대로
김달삼·이덕구·김익렬 등장
4·3의 전 과정과 후일담 그려

그는 1985년 '현대문학'을 통해 문단에 발을 디딘 이래 지난 30여년간 30여편의 희곡을 썼다. 1년에 한편씩 희곡을 발표해온 셈인데 이중 3분의 1 정도가 제주4·3을 소재로 했다. 얼마전 서울에서 공연된 연희단거리패의 '초혼'도 그의 희곡 '이어도로 간 비바리'를 원작으로 4·3을 그린 무대였다. 4·3을 가장 잘 쓸 수 있는 사람이 제주출신 작가이고, 제주 작가라면 반드시 4·3을 다뤄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비롯됐다.

제주 희곡작가 장일홍씨. 그간 희곡으로 4·3을 말해온 그가 장편소설을 내놓았다. 극작가, 연출가, 배우 등 연극동네 사람들을 빼면 거의 희곡을 읽지 않는 현실에서 70여년전 이 섬에서 저질러진 피의 역사, 어둠의 역사를 올곧게 후대에 전해주자는 마음이 그를 소설 창작으로 이끌었다.

'산유화'란 제목을 단 장편은 '1947년 2월' 시작돼 세기말인 '1999년 12월 31일'로 끝이 난다. 4·3의 도화선이 된 1947년 3·1절 기념대회에서 1957년 최후의 무장대원인 오원권의 생포까지 4·3의 전 과정을 다뤘고 4·3당시 제주에 주둔했던 9연대장 김익렬의 죽음 등 후일담을 더했다. 100년 후 이 땅에서 살아갈 사람들에게 '4·3의 전모와 진면목'을 알리기 위해 그같은 방식을 택했다.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나'를 제외하면 4·3당시 실재했던 사람들이다. 한라산 무장대의 총책이던 김달삼과 이덕구, 제9연대장 김익렬과 박진경이 그들로 4·3을 일으킨 봉기자의 우두머리와 4·3을 진압한 군대의 지휘관을 내세워 4·3의 총체상을 드러내려 했다. 이들을 뺀 대다수의 소설 속 인물은 민초들이다. 이념이나 신념과 거리가 먼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린 역사적 비극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4·3을 이념의 잣대로만 재단해선 안되는 이유다.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4·3을 족탈불급(足脫不及)의 언어(역사)가 아니라 생생히 살아 움직이는 언어(소설)로 형상화하고 싶었다"며 "이 작품은 내가 30년동안 써온 4·3희곡을 모두 한자리에 불러모아 소설이라는 용광로 속에 집어넣은 '장일홍 4·3문학'의 종합세트요, 완결편"이라고 했다.

희곡에 이어 이번엔 소설로 4·3을 불러낸 작가지만 아직도 성에 차지 않는 듯 하다. 책 말미에 4·3예술의 세계화를 위해 '산유화' 등 4·3문학을 소재로 한 영화의 출현을 고대하는 발언을 덧붙여놓았다. 도서출판월인.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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