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로 가는 길 제주의 준비와 대응은](3)[제1부. 고령사회 제주의 오늘-(3)고령사회의 명암]

[초고령사회로 가는 길 제주의 준비와 대응은](3)[제1부. 고령사회 제주의 오늘-(3)고령사회의 명암]
저출산과 맞물리면 '인구 절벽'
10명 중 2명 이상 '노인'…제주 생산가능인구 2020년 이후 감소
  • 입력 : 2017. 05.24(수) 00: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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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활력 둔화에다 세대 간 갈등 유발 우려

인구 10명 중 2명 이상의 노인 인구로 구성되는 초고령사회는 거센 파장을 예고한다. 저출산과 맞물린 '인구 절벽'은 사회 전반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노인 빈곤, 건강 악화 등도 더 이상 한 개인이나 일부 세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위기 속에도 기회는 있다. 늘어나는 노인 인구를 겨냥한 고령친화산업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럼에도 준비 없이 맞는 고령화 시대는 불안감만 키운다. 노인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게 시급한 이유다. 하지만 제주지역 노인 세대에 대한 실태 파악은 여전히 미흡하다.

▶다가오는 위기= 지난해 제주에선 3년 만에 아이 울음소리가 줄었다. 도내 출생아 수는 2013년 5328명에서 2015년 5600명으로 늘어나다 2016년 5500명으로 증가세가 한풀 꺾였다. 지난해 도내 합계출산율(가임여성 1명 당 평균 출생아 수)은 1.43명으로 전국 평균(1.24명)보다는 높았지만 인구 대체율(2.1명, 인구 대체에 필요한 출산율)을 크게 밑돌았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20년을 정점으로 도내 생산가능인구(15~64세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3년 뒤면 일하는 인구가 줄어드는 '인구 절벽'에 맞닥뜨리는 셈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2014년)를 보면 도내 노인 인구의 비중은 2020년 16.5%, 2030년 24.9%, 2040년 33.9%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생산가능인구는 올해부터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사회 전반에 '고령화 쇼크'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경제에 미칠 여파는 클 것으로 점쳐진다.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생산과 소비가 줄어들면 경제 활력이 둔화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잠재성장률(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달성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은 2011~2014년 3.4%였지만 2015~2018년 3.2%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에선 이미 2%대로 하락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현재의 인구 추세로 미뤄봤을 때 2026~2030년 잠재성장률이 1.8%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정 건전성도 악화될 수 있다. 노인 인구 비중이 높은 구조에선 정부가 걷어 들이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을 수밖에 없는 탓이다. 사회보장·연금 수요가 늘어나는 데 반해 세금, 연금보험료 납부 등의 감소가 불가피하다. 노인 부양비 등 관련 예산의 증가는 젊은 층에게 부담으로 작용해 세대 간의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통계청은 도내 생산가능인구 100명 당 부양해야 하는 노인 수가 2013년 19.8명에서 2020년 24.0명, 2030년 40.4명, 2040년 62.8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역·노인 특성 고려한 실태조사 필요"

노인 세대 영향력 증가로 고령친화산업 부각
산업 활성화 위해선 노인문제 해법 전제돼야

도내 노인 생활실태·복지욕구 파악 한계 여전

▶고령화, 위기를 기회로=일반적으로 고령화는 사회 전반에 위기 요인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다른 측면도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령사회에 제대로 대비하면 눈앞에 닥친 위기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고령 세대의 지위 변화가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미래의 고령 세대는 분명히 다를 거라고 말한다. 영향력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령층의 가계소비 기여율은 2011~2015년 38.5%에서 2016~2020년 60%대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을 겨냥한 고령친화산업이 주목 받는 이유다.

제주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 이서연 전문연구원은 "조만간 노인 인구로 진입하게 될 베이비부머 세대는 의존적이지 않고 경제력도 있다"며 "이들을 겨냥한 고령친화산업을 육성하면 경제 활성화의 또 다른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령친화산업은 고령친화제품 등을 연구·개발·제조·건축·제공·유통하거나 판매하는 산업 부문을 말한다. 고령친화제품은 노인이 주로 사용하는 용품이나 의료기기를 비롯해 노인을 위한 요양 서비스, 금융·자산관리 서비스, 농업용품 등을 포괄한다. 관련 산업은 여전히 초기 단계이지만 제주에도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천혜의 자연환경과 '장수의 섬' 이미지 등으로 대표되는 제주는 고령친화산업의 유리한 입지 조건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노인들이 처한 문제에 대한 해법 없이는 관련 산업 활성화도 그저 먼 얘기에 그친다.

▶노인들이 겪는 문제=노인들이 마주한 문제는 일자리·건강·사회참여·지역사회서비스 등에 걸쳐 있다. 제주지역도 다르지 않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시행한 '노인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이러한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노인실태조사는 노인복지법에 의거한 3년 주기 법정조사로, 2007년 법제화 이후 2008년, 2011년, 2014년 총 3번에 걸쳐 실시됐다. 제주에선 132명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14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제주도내 노인 인구 10명 중 5명 이상이 일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경제활동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일한다'고 응답한 노인은 전체(133명)의 47.4%에 그쳤다. 이들 대부분이 '생계비 마련'(88.5%)을 위해 일했으며 '용돈이 필요'하거나 '건강 유지를 위해서' 라는 응답은 각각 9.8%, 1.6%에 그쳤다. '경력을 활용하기 위해' 일한다는 노인은 한 명도 없었다.

노인들이 일하는 분야도 제한적이었다. 현재 일하고 있다고 응답한 노인 61명 중 78.7%(48명)가 농림어업에 종사했다. 이어 환경미화 업무에 종사하는 비중이 13.1%(8명)로 높았다. 1차 산업의 비중이 큰 제주의 특수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노인에게 주어지는 일자리가 한정돼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도내 노인 상당수는 자신의 건강 상태를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전체 응답자(116명)의 44.8%가 자신의 건강에 대해 '나쁜 편'이라고 답했다. '매우 건강하다', '건강한 편'이라는 응답(34명·31.9%)은 비교적 적었다.

만성질환, 우울증을 겪는 노인 현황도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의사진단 만성질환의 총 수는 전국 2.59개, 제주 3.11개였으며 20점이 최고점인 우울증 점수도 제주(11.3점)가 전국(10.2점)보다 다소 높았다.

제주지역 노인들의 여가·문화 활동은 TV시청에 집중됐다. 응답자(120명) 모두가 지난 1년간 여가·문화 활동을 했다고 답했지만, 이들이 참여한 여가·문화 활동 1순위는 TV시청(89.3%)이었다. 사회·여가·문화 활동에 대한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은 것도 이러한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확한 실태조사 필요=하지만 이 조사만으로 도내 노인들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노인실태조사의 경우 도내 전체 노인(9만419명, 4월 기준)의 0.1%인 약 100여명만을 표본으로 삼는데 그쳐, 그 결과를 도내 노인 전체의 특성으로 보기 어렵다. 특히 도내 지역별 노인의 특성이 드러나지 않는 문제도 제기된다.

이에 제주도 내부에서도 노인들의 생활실태와 복지욕구를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현재까지 제주도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한 사례는 없다. 지난해 11월 제주연구원이 개최한 제5회 제주고령사회포럼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연령·소득 계층별로 복지수요 등이 차이를 보이는 점을 들어 노인 집단을 세분화하고 지역 특성을 고려해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별취재팀=강시영 선임기자, 김지은·송은범·양영전기자, 고령사회연구센터=고승한 박사, 이서연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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