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입당근 비상장 거래, 제주당근 타격 우려

[사설]수입당근 비상장 거래, 제주당근 타격 우려
  • 입력 : 2017. 05.19(금) 00:00
  • 김병준 기자 bjki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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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당근이 경매과정 없이 거래되는 비상장품목으로 전환되면서 제주산 당근에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입되는 당근은 국내 유통시장의 60% 가까이 잠식할 정도로 그 비중이 상당하다. 때문에 수입당근이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되면서 전국 당근 생산량의 60% 가량 차지하는 제주산 당근에 큰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서울시는 중도매인단체들의 요구로 가락시장관리운영위원회가 통과시킨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수입당근을 비상장품목으로 추가시켰다. 수입당근의 비상장품목 지정기간은 6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다. 서울시는 수입당근을 7개월간 비상장품목으로 지정한 후 추후 검토를 통해 재지정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비상장품목은 도매법인에 상장하는 경매과정 없이 중도매인들의 직접거래가 가능해져 가격결정권을 갖게 된다. 이에 따라 투명하게 공개되는 상장품목과 달리 수입당근의 거래 물량과 가격 파악이 사실상 불가능해 가격 왜곡 등 유통시장 질서가 무너질 우려가 높다.

이 때문에 제주도를 비롯한 당근 주산지 농협인 구좌농협과 (사)제주당근연합회는 지난 4월 서울시에 수입당근의 상장예외품목 지정을 반대한 것이다. 구좌농협 관계자는 "수입당근이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되면 머지않아 국내 흙당근도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될 것이며, 이는 제주당근산업의 몰락으로 귀결된다"고 걱정한다. 이어 "당근산업을 살리기 위해 제주산 세척당근은 5개 도매법인과 전국 공영도매시장에서 손실을 보면서 수입당근과 경쟁하고 있는데 수입당근을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하는 것은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금까지 비상장품목 지정에 따른 가격 하락은 없었다며 지정 후 국내산 가격이 떨어질 경우 상장품목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서울시의 예상대로 된다면 문제될게 없다. 하지만 당근농가와 가락시장 도매법인은 수입당근의 비상장 거래로 국내산 당근에 직접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기회에 서울시의 정책결정 과정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가뜩이나 봇물처럼 밀려드는 값싼 수입농산물로 우리의 농업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선 농가보다 중도매인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는 서울시의 소통방식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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