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책]살며, 시 外

[새로나온책]살며, 시 外
  • 입력 : 2017. 05.19(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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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시(젊은시조문학회 엮음)=제주 젊은시조문학회가 펴낸 세번째 동인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삶을 꾸역꾸역 살아내듯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시조 쓰기를 보란 듯이 여기 내놓는다"고 했다. 성글고 거칠지만 그래도 하염없이 푸른 시조를 만날 수 있다. 강영미 시인 등 17명이 작품을 냈다. 듬성듬성 책장을 걷으며 마주하게 되는 시구들은 때때로 경구처럼 읽힌다. 두 발로 땅을 밟으며 길어올린 시편들 덕분일 게다. 젊은시조문학회. 1만원.







▶새벽에 생각하다(천양희 지음)=등단 52년을 맞은 시인의 신작 시집. 현실적인 절박성에서 파생한 고통과 외로움이라는 화두를 절제된 시적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일상어로 담담하게 적힌 시편들에 시인의 부끄러움과 자책, 자존심 등이 뒤섞여 있지만 그 어떤 것도 격렬한 감정에 휩싸이지 않는다. 일상의 파장을 삶의 한 부분으로 수용하는 포용력과 균형감이 느껴진다. 문학과지성사. 8000원.









▶냉장고 여자(김영탁 지음)=12년만에 나온 새 시집. 일상의 안일함과 강박 속에서도 시의 밀도를 향한 고통스러운 탐색을 이어간 시편들이 펼쳐진다. 냉장고에서 가을피리까지, 좀비에서 스마트폰까지, 만덕산 용문사에서 안데스 보르헤스까지 시인의 상상력은 예민하고 시선은 자유분방하다. 문명의 삭막함에 아랑곳하지 않고 인간과 사물, 인간과 자연이 화해하는 지평을 열어보인다. 황금알. 1만5000원.









▶연대기, 괴물(임철우 지음)=다섯번째 소설집으로 비극을 응시하고 그 연원을 좇아 악몽같은 심연을 마주하게 만드는 중·단편 일곱 편이 묶였다. 대부분 기억과 죽음에 관한 사유라고 부를 만한 주제를 다뤘다. 표제작은 보도연맹 사건, 베트남 전쟁, 세월호 사건을 잇는 비극의 연대기 속에 그 고통을 괴물의 환상으로 겪어내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제정신으로 버티기 어려운 시대에 가해와 피해, 죽음과 살인이 혼재된 현실을 서늘하게 그려냈다. 문학과지성사. 1만3000원.







▶아몬드(손원평 지음)=어느 소년의 특별한 성장기를 다룬 장편 소설. 주인공 윤재는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의 이면을 읽어내지 못하고 공포와 분노도 잘 느끼지 못한다. 어느날 비극적인 사건을 맞아 가족을 잃게 되면서 홀로 남은 윤재에게 새로운 인연이 다가온다. 윤재와 이들 사이에 펼쳐지는 이야기를 통해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럼에도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창비. 1만2000원.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나희덕 지음)=국내외 산책길에서 만난 45편의 산문을 실었다. 그저 스쳐지나갈 수 있는 장면을 자기만의 시선으로 포착했다. 지팡이를 짚고 가는 노인의 뒷모습에서 인간의 연약한 등을 보고 개와 함께 노숙하는 이를 통해 동물을 대하는 사람들의 온기를 발견한다. 카프카, 고흐, 안네 등 비극적인 삶을 살다 일찍 세상을 떠난 예술가들의 발자취도 만날 수 있다. 직접 촬영한 사진이 더해져 시인의 눈으로 본 세상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달.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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