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기업의 탐욕에 위협받는 제주 지하수

[사설]대기업의 탐욕에 위협받는 제주 지하수
  • 입력 : 2017. 04.28(금) 00:00
  • 김병준 기자 bjki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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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물자원이 대기업의 배를 불리는 수익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최대 유통망을 거느린 신세계의 '제주소주' 인수에 이어 (주)제주용암수를 인수한 오리온이 용암해수를 활용한 음료사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제주 물시장을 노리는 대기업들이 잇따르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오리온은 26일 제주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용암해수를 활용한 음료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주)제주용암수 지분 60%를 인수하면서 대주주가 된 오리온은 올해 안에 3만여㎡ 부지에 공장을 착공한 후 내년 7월쯤 완공해 기능성 음료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리온은 첫해 1000억원을 시작으로 향후 5년간 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오리온은 제주의 공공재인 용암해수를 활용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제주와의 상생발전 계획도 내놨다. 앞으로 5년 내 제주도민 300명 채용을 비롯 ▷영업이익 5% 제주발전기금 환원 ▷영업이익 발생전 사업 초기 매년 5억원 환원 ▷용암해수단지에 위치한 한동리 주변 인프라 확대 지원 ▷제주대학교와의 산학협력 이행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오리온이 제주 물산업에 뛰어들면서 벌써부터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오리온이 용암해수를 이용한 음료사업 추진을 밝혔지만 곧이곧대로 믿기에는 이르다. 용암해수인 염지하수는 탈염공정(소금성분을 없애는 과정)을 거치면 제주삼다수와 비슷한 먹는샘물을 생산할 수 있다. 오리온이 사실상 먹는샘물 시장에 뛰어든 것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본다.

이처럼 대기업이 제주의 공공자원인 물을 사유화하면서 제주수자원의 공수화 원칙이 자칫 뿌리째 흔들릴 우려마저 낳고 있다. 현재 제주용암해수단지내 1일 취수량 2000t 가운데 입주한 음료 및 화장품기업에서 사용하는 양은 1일 300t 안팎에 그친다. 앞으로 오리온이 사용 가능한 1일 취수량은 최대 1700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그룹 계열 한국공항(주)이 그동안 수차례 요구(150t)했지만 번번이 무산된 1일 취수량과는 비교 자체가 안될 정도로 엄청난 양이다. 오리온이 제주물산업에 미칠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제주생명수인 지하수가 더 이상 대기업의 탐욕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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