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상문의 에세이로 읽는 세상]A. I.

[허상문의 에세이로 읽는 세상]A. I.
  • 입력 : 2017. 04.26(수) 00:00
  • 홍희선 기자 hah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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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라는 영화를 매우 감명 깊게 본적이 있다. 벌써 10여년이 지났지만,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을 맡은 이 영화는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로봇의 이야기다.

영화 속에서 인공지능으로 태어난 로봇인 데이비드는 어느 가정에 입양하게 된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학습능력과 추론능력, 지각능력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한 로봇이다. 데이비드는 사람과 같이 생활하면서 점차 인간과 같은 '존재'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 한다. 데이비드는 프로그램화된 것만 할 수 있는 다른 로봇과 달리 인간과 같이 감정을 가지고 시를 읽으려 하며, 인간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사랑받기를 원한다. 그리하여 그는 인간 같이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최근 우리사회에서 부쩍 중요한 화두로 등장한 용어는 '4차 산업혁명'이다. 4차 산업혁명이란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말한다. 18세기후반 영국에서 시작된 증기기관과 기계화로 대표되는 '1차 산업혁명', 19세기말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이 주도한 '2차 산업혁명', 20세기 중반부터 인터넷과 컴퓨터가 이끈 정보화 자동화 생산시스템으로 '3차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이어 등장한 4차 산업혁명은 로봇이나 인공지능을 통해 실재와 가상이 통합되어 사물을 자동적 지능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산업상의 변화를 일컫는 말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한마디로 '지능 정보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주목받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을 촉발하는 혁신적인 기술은 지능과 정보가 결합하여 기계에 인간과 같은 지적 능력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인간이 개발하는 지능과 정보의 능력은 갈수록 발전하고, 컴퓨터의 지능이 엄청나게 뛰어나서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얼마 전 인간과 바둑을 두어 승리한 알파고라는 로봇의 지능이 잘 보여주고 있듯이, 앞으로 지금과 같은 지능과 정보능력이 발전한다면 인간이 하는 일의 많은 부분을 인공지능이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은 지배적이다. 사람보다는 당연히 기계가 더 정확도가 높고 비용도 적게 들 것이니, 사람이 하던 많은 일을 기계가 대체하게 되어 인간의 할 일이 갈수록 줄어 들 것임은 틀림이 없다.

기업을 위시한 의료분야의 많은 일을 인공지능이 담당하게 되고, 심지어 글을 쓰는 일 조차도 그들이 하게 되어 인간이 기계에 예속되는 날이 머지않아 올 듯하다. 미래의 지구에서는 인간이 모든 생활을 감시받고, 먹는 음식조차 통제되고, 마침내 인간이 기계를 위해서 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예상을 과학자들은 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인간이 갈수록 자신들과 가장 닮은 기계를 창조해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간이 로봇을 자신들과 유사하게 만들면 만들수록 인간과 로봇 사이의 경계는 점점 더 없어지게 된다. 로봇에게 '감정'을 주입시키는 것은 로봇공학 발전의 마지막 관문이자 많은 논란의 쟁점이 되고 있다. 정치가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4차 산업혁명의 발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지만, 미래 인간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 걱정하는 사람은 흔치 않은 듯하다.

이제 머지않은 미래에 거리에서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아침에 잠에서 깨어 방문을 나설 때 나와 똑같이 생긴 인공지능을 방문 앞에서 보게 되지 않을까.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인간 같이 말하고 생각하고 사랑하게 된다면, 인간은 무엇을 할 것이며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문학평론가·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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