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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칼럼]4월에 부는 바람의 의미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입력 : 2017. 04.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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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육지 할 것 없이 지구 중력에 진화해 온 생명체들의 온갖 씨앗을 바라바리 싸들고 바람을 타고 들어왔던 영등할망이 떠난 4월의 제주는 가끔씩 태풍수준의 강한 바람이 몰아친다. 남쪽 바다를 건너 한라산을 넘어오면서 조금씩 데워진 바람은 비가 내리면 약간 주춤해진다. 봄비는 마른 뿌리를 깨우고 언제부턴가 제주 곳곳거리에 심어진 벚나무 가지를 뒤흔들어 분홍빛 꽃들을 피우게 하고 하얀색으로 변할 때쯤 비로 흩날리던 꽃잎은 거리를 눈처럼 덮을 것이다. 비가 그치고 햇살은 좀 더 따뜻해지고 다시 비바람이 불면서 벚나무뿐만 아니라 감나무도 여린 연녹색 싹을 올리면 사람들의 마음도 약간은 조급해진다.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면서 물기를 잔뜩 묻힌 고사리가 아침 햇살에 내가 알고 있는 곳에서 소리 없이 솟아나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4월의 바람과 비, 햇살은 내가 키우고 있는 작약도 그리고 이름을 일일이 댈 수 없는 풀들도 우렁차게 싹을 올려 태양을 받아들이고 있다.

제주라는 한 공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해마다 조상으로부터 습득해 아들과 딸들로 이어져온 기억 유전자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을 통해서 이 계절에 세차게 부는 바람의 또 다른 의미도 안다. 70여 년 전 한라산 자락에서 부족하지만 때가 되면 고사리를 캐고 메밀과 보리를 수확하며 살던 사람들이 해방이 되자 남북이 싸우지 말고 통일해 함께 살아야 한다는 소박한 생각을 한 것, 미군정 경찰로 변신한 일제경찰 등의 억압에 대들었다는 아주 평범한 이유로 그 해 4월에도 모진 바람이 불었다. 햇살과 온기를 품은 비와 바람이 아니라 살기와 광기가 가득한 인간에 의한 잔혹한 피바람으로 몰아쳤다. 아직 피어보지도 못한 어린아이와 부녀자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꽃잎처럼 내팽개쳐지고 버림을 받았다. 이 굴곡은 지금까지도 계속돼 통일을 말하고 불의에 저항하며 바른 말을 하면 이념의 잣대로 우리를 재단하고 모욕을 주기 일쑤다. 이게 현재 진행형이다.

새벽안개가 걷히고 햇살이 분수처럼 쏟아지면 습기를 잔뜩 먹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요즘도 예전과 다르지 않은 바람이 따스하게 불어온다. 그 물기로 키워내던 하얀 찔레꽃과 고사리, 산 벚과 녹나무가 있던 곶자왈이 얼마가지 않을 부동산 투기라는 탐욕으로 망가지고, 방풍과 구리대가 자라던 바닷가도 엄청난 규모의 건물이 들어서면서 미래를 향한 광활한 꿈을 키우던 수평선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다.

4월이라는 공간에 부는 바람은 장마와 고사리,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와 그 습기로 태양이 뜨거워지는 것을 가늠해 꽃봉오리를 영글게 하는 믿음의 바탕이다. 그래서 그들은 시간이 되면 떳떳하게 피어나고 시간이 지나면 한 치의 아쉬움도 그리고 아낌없이 떠난다. 그러면 나를 포함한 인간은 어떠한가? 자기 국민을 위한다는 미명하에 무고한 많은 사람을 파멸시키고, 가난 속에 빠뜨리고, 형에 처하고, 감옥에 가두는 일은 결코 파렴치한 행동이 아니며, 오히려 고결하고 정당한 애국적인 공로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는 톨스토이의 말은 요즘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제주가 4·3이라는 미친바람도 풀잎처럼 이겨냈듯 앞으로 이러한 위정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용기와 곶자왈과 해안이 더 허물어지지 않도록 하는 지혜가 모아져야 하는 게 아닌가하는 바람은 그저 바람일까. <송창우 약초농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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