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포커스]제주밭담 세계농업유산 등재 3년(중)-민간 차원 보전·활용

[한라포커스]제주밭담 세계농업유산 등재 3년(중)-민간 차원 보전·활용
"밭담 지키고 알리자" 움직임 … 긍정적 변화
  • 입력 : 2017. 04.05(수) 00: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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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돌빛나예술학교'에서는 돌 문화 보전을 위해 돌을 다루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강경민기자

돌담 쌓는 교육 가르치는 학교
'제주 밭담'브랜드로 소득 창출

밭담의 가치 재발견 시도 눈길

제주밭담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된 지 3년, 제주에서도 밭담을 보전·활용하기 위한 민간 차원의 걸음이 시작됐다. 아직까진 일부 개인의 움직임에 지나지 않지만 밭담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긍정적인 변화임은 분명하다.

▶교육을 통한 보전=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돌빛나예술학교'에선 돌담을 쌓는 것은 물론 제주 돌 문화에 얽힌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돌빛나예술학교 교장 조환진(43)씨가 2015년 학교를 연 이유는 얼핏 간단하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지만 첫 직장에서부터 정원에 담을 쌓는 일을 보조할 정도로 돌을 대할 일이 많았어요. 그런데 돌을 정교히 쌓는 작업을 배우고 싶어도 그럴 곳이 없다는 걸 알게 됐죠. 그때 돌담을 쌓는 학교를 열어야 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자기 집 담은 스스로 쌓을 수 있게 하자는 거였죠."

그가 돌을 다루는 법을 가르치는 이유는 결국 '보전'에 있다. 각종 개발로 수많은 돌담이 허물어지지만 이를 다시 쌓을 수 없으면 언젠간 제주의 돌 문화도 사라질 거라는 생각이 컸다. 그는 "돌을 쌓는 것을 배우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를 사랑하고 아끼고 보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에게 제주의 돌 문화는 곧 '제주인의 삶'이다. 돌 많고 바람 거센 화산섬에서 농업을 이어온 제주 사람들의 지혜가 밭담에서 읽히듯이, 그가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도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다.

"지혜롭게 돌을 이용해 온 제주인의 삶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제대로 연구해야 겠다는 생각에 대학원에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누구나 잣담, 산담 등 다양한 돌담을 쌓을 수 있도록 이를 체계화한 교본도 만들고 싶습니다."

진생영농조합법인 이명훈 대표이사가 지난해 법인이 선보인 '밭담곡식'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밭담 브랜드 활용=세계농업유산으로의 지정은 단순히 보전만을 말하지 않는다. 그 안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에 의한 활용과 이를 통한 지속가능성을 얘기한다. 그런 점에서 제주밭담을 브랜드로 삼아 소득을 창출하려는 시도는 반갑다.

진생영농조합법인(대표이사 이명훈)은 지난해 '밭담 곡식'을 선보였다. 도내에서 나는 잡곡을 생산·판매하면서 밭담을 활용하고 나선 것이다. 이명훈 대표는 "밭담의 제주다움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밭담 곡식을 내놓기 전에 '세계자연유산 제주'를 떠올리는 동굴 곡식 등을 선보였던 그였다.

이 대표는 "새로운 상표를 개발하기 위해 고민하다 밭담을 떠올리게 됐다. 제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밭담이 제주다움을 잘 나타낼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제주산 잡곡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밭담을 꾸준히 활용해 나갈 예정이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공모 사업인 '계열화경영체 육성사업'을 통해 잡곡종합처리시설(가공 공장)을 갖추면서 이러한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는 도내에 곡식을 가공해 판매할 수 있는 공장이 없었습니다. 원곡을 도매하는 구조였죠. 그런데 가공 공장이 갖춰지면서 저희가 자체적으로 상품을 가공·판매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제주 밭에서 나는 모든 곡식에 '밭담 곡식'이라는 브랜드를 활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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