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애써 가꾼 나무 마구 베어내는 황당한 행정

[사설]애써 가꾼 나무 마구 베어내는 황당한 행정
  • 입력 : 2017. 03.31(금)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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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 청정 자연환경 보전과 명품숲 조성에 나서고 있는 제주도와 행정시의 식목 정책이 이래도 되나 싶다. 나무심기 행사를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한편에선 애써 가꾼 나무를 마구잡이식으로 베어내거나 훼손하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의 근시안적 행태에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제주시는 최근 하귀1리와 광령3리 구간에 아름드리 경관을 뽐내던 벚나무 50여 그루를 밑둥만 남긴 채 베어냈다. 과거 광령3리 주민들이 식재한 이후 훌륭한 가로경관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보행자 편의를 위한 갓길공사를 하면서 모조리 잘라냈다고 한다. 보행에 장애가 된다는 것이 그 이유지만 이는 단견이고 행정편의주의적인 사고에 불과할 뿐이다. 이럴 거면 뭐하러 나무를 심는가. 설령 불가피하더라도 옮겨심기 등 좀 더 대안을 숙고했어야 옳다.

당국의 어이없는 행태는 또 있다. 제주시 사라봉 인근에 생애주기별 나무심기 행사를 통해 시민 250명이 식재한 먼나무 100그루도 훼손됐다.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전수관 건립과정에서 나무를 심은 시민들에게 양해도 없이 한라도서관 인근으로 옮겨버린 것이다. 생애주기별 나무심기는 결혼, 출산, 입학, 졸업, 취업 등을 기념 나만의 나무를 심어보자는 취지에서 2010년부터 시작됐다. 2012년에는 행정안전부의 지역특화 우수사업으로 선정돼 1억원의 포상금을 받기도 했다. 소중한 추억을 간직한 훌륭한 도시숲으로 생장이 기대됐으나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러면서 제주도는 올해 21억 원을 투입 대대적인 나무심기를 통해 생명의 숲 살리기에 나선다고 한다. 어이없는 일이다. 나무를 보호·관리하지도 못하면서 예산을 들여 심기만 하는 데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그렇지않아도 제주도는 재선충 방제를 위한 벌목으로 인해 특유의 자연경관이 사라지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도시숲도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자연적인 요인도 있지만 인위적인 개발이나 무관심 등이 주요 원인이다. 당국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참에 식목 등 산림정책 전반을 점검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 나무는 심는 것 못지않게 보호·관리가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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