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아기돼지 삼형제’가 행복해진 이유

[목요담론]‘아기돼지 삼형제’가 행복해진 이유
  • 입력 : 2017. 03.30(목)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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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이든 어린아이가 있다면 동화책이 많을 것이며, 그중에서도 '아기돼지 삼형제'는 필독서일 것이다. 이 동화는 아기돼지 삼형제가 어머니로부터 독립하여 집을 짓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즉, 첫째는 지푸라기를 이용하여 집을 지었고, 둘째는 나무로 조잡하게 지었고, 셋째는 벽돌로 지었다. 그런데 배고픈 늑대가 나타나서 지푸라기로 만든 집을 날려버리자, 첫째는 둘째의 집으로 도망쳤고, 나무집도 늑대가 부숴 버리자, 삼형제가 모두 셋째의 집에 모였다. 늑대가 쳐들어오려고 했지만 벽돌로 지은 집을 침입하는데 실패하여 삼형제는 늑대를 물리치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이다. 독자에 따라 '아기돼지 삼형제'에서 얻는 교훈은 다양할 것인데, 필자는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먼저 어떤 일을 시작할 때는 기초부터 철저히 준비하고, 적절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화에서는 적절하게 준비하지 못한 첫째와 둘째는 늑대에게 잡아먹힐 뻔한 위험을 감수해야 했고, 적절한 재료와 시간을 투자한 셋째는 편안한 안식처를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형제들이 늑대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늑대의 위협에서 벗어난 후에는 첫째와 둘째도 튼튼한 집을 지어서 독립했을 것이란 상상을 해 본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2015년 말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주거복지종합계획을 발표하였는데, 동화 내용을 제주의 상황에 비유하여 몇 가지 제안을 해 보겠다.

첫째, 공공주택 추진은 꾸준해야 한다. 이렇게 한다면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도모하고 지속적인 정주환경 개선은 물론 도민들은 공공의 노력 결과 주거복지가 실현 가능함을 인정할 것이다.

둘째, 튼튼히 짓도록 하자. 이는 물리적인 설계나 구조뿐만 아니라 지원 및 제도적인 뒷받침을 공고히 함을 의미한다. 서민을 위한 공공주택은 눈, 비, 바람 등 자연재해를 막아주는 쉘터(shelter)로서 역할을 하고, 유지관리 비용이 최소가 되도록 설계단계에서부터 성인지적 설계기법 등을 적용해야 한다.

셋째, 지금부터 지어서 공급하자. 서민을 위한 주거복지는 더 미룰 수 없다. 늑대의 공격을 피하게 해 주지는 못할 망정 주거 약자들에게는 가진자들이 늑대로 보이지 않을까 걱정된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행복주택의 경우에도 논의만 하고 말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주거 약자들에게 공급이 가능해야 할 것이다.

넷째, 공급시기와 공급유형 등을 다양화하자. 공공주택 2만호 공급을 통해 주거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공이 보유하고 있는 공유지에 우선 공급하고 사유지도 고려해야 한다. 입지에 따라서 해안이나 중산간, 원도심과 같은 다양한 공간을 검토해야 한다. 향후 10년 동안 체계적인 공급이 가능하도록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아기돼지 삼형제' 동화에서 알 수 있듯이 모두 행복해진 이유는 안전한 보금자리 확보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본다. 우리가 보살펴 나가야 할 대상은 아기돼지 삼형제 중에 첫째와 둘째이다. 공공주택은 주거취약계층들에게는 튼튼한 벽돌집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떻게, 얼마만큼, 어디에' 공급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공공주택 정책을 추진할 것인지 말것인지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다. 아기돼지 삼형제는 튼튼한 집 덕택에 행복해졌다.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형들의 비웃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튼튼한 집을 꾸준히 준비한 셋째처럼 우리사회도 늑대가 오기 전에 행복주택과 같은 공공주택들로 튼튼한 공간이 마련되기를 소망한다.

<이성용 제주발전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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