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의 교훈, 평화·인권 고귀함 알았으면"

"제주4·3의 교훈, 평화·인권 고귀함 알았으면"
김두연 전 유족회장 북촌초서 명예교사 초청 강연
지난 70년 아픔의 역사 딛고 화해·상생의 길 가야
  • 입력 : 2017. 03.28(화) 15:00
  • 백금탁기자 haru@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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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제주4·3의 아픈 역사는 교육현장에서도 이어졌다. 희생자의 유족인 명예교사가 들려주는 지난 69주년 전 마을의 모습은 참혹했다. 하지만 수많은 희생 뒤에 얻은 교훈은 앞으로 제주의 미래 발전과 평화·인권의 고귀함을 일깨우는 '희망의 씨앗'으로 아이들의 마음에 심어졌다.

제69주년 제주 4·3을 앞둬 북촌초등학교는 28일 다목적강당에서 제주시 함덕 출신인 김두연(73) 전 유족회장을 초빙, '4·3평화·인권교육 명예교사 초청강연'을 마련했다.

김 전 회장은 1948년 4월 3일 사건 발행 이후, 5형제중 맏형과 3대 독자였던 아버지를 차례로 잃었다. 특히 사건 발생 이후 37년만인 1985년, 아버지의 시신을 현재 세계자연유산센터 거문오름에 있는 깊이 38m의 수직동굴에서 찾은 아픈 가족의 역사를 얘기했다.

김두연 전 유족회장이 가족의 아픈 역사인 아버지 시신 인양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강경민기자



김 전 회장은 "제주에서도 4·3의 아픔을 제일 많이 겪은 마을은 북촌"이라며 "4·3 평화·인권교육은 앞으로의 화해와 상생을 위한 교육으로 평화가 얼마나 귀하고, 인권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 학생들이 알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회장은 가슴에 묻었던 아버지의 시신 인양과 2000년 1월 제주도민 8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주 4·3특별법에 대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서명 당시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만감의 교차함을 설명했다. 특히 아픈 가족의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인양 당시의 사진을 들고 있는 손은 떨렸고, 아직도 응어리진 한은 목에 걸리는 듯 연신 물을 마시면서 아픔을 씻어 내렸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본 3~6학년 어린이 45명은 김 전 회장이 4·3의 희생자와 각종 피해 등 마을에서 일어난 참혹했던 사건을 들으면서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배웠다.

장승준(6학년) 어린이는 "저희 집안은 조상 대대로 북촌에서 살고 있는데 당시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잃은 할머니(이희순·71)로부터 4·3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아직 어린세대지만 4·3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갖고, 앞으로 더 이상 이런 비극의 역사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두연 전 유족회장이 제주어로 아이들에게 4.3이 주는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전달하고 있다. 강경민기자



고문섭 교장은 "교내 '북촌주민 참살의 현장' 기념비를 비롯한 학교 주변에 북촌 너븐숭이 기념관, 위령비, 순이삼촌 기념비, 해원 방사탑 등 4·3 관련 유적지가 많다"며 "초청강연은 자라나는 아이들이 제주 4·3에 대해 바르게 알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고, 4월 3일 당일 아이들과 함께 꽃을 들고 너븐숭이 기념관을 찾아 영령들을 위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 교장은 4·3평화·인권교육주간(3.20~4.8)을 맞아 '4·3사건의 최대 피해지인 북촌에서 4·3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주제로 교사들의 학습지도와 현장학습에 도움을 주기 위해 직접 학습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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