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보이스피싱' 용의자 긴급 체포

제주 '보이스피싱' 용의자 긴급 체포
경찰, 제주공항 잠복 중 서울행 시도 조선족 2명 검거
20일 3건 1억2400만원·21일 미수사건 연루 가능성 커
  • 입력 : 2017. 03.21(화) 18:44
  • 표성준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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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겨냥 범행… 경찰·금감원, 긴급 피해경보 발령

제주에서 노인들을 겨냥한 억대 보이스피싱 사건이 발생한 지 하루만에 중국 국적의 용의자들이 긴급 체포됐다. 자칫 미궁에 빠지고 확대될 뻔한 사건이 경찰의 발빠른 대응으로 조기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제주지방경찰청은 20일 서귀포시에서 발생한 신종 '대면형 보이스피싱' 사건의 용의자인 조선족 J(39)씨와 Z(21)씨를 21일 오후 5시 13분쯤 제주국제공항 3층 국내선 대합실에서 사기 등의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일 오전 9시쯤 서귀포시 동홍동에 사는 A씨(73·여)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기관을 사칭한 뒤 "누군가 귀하의 우체국 계좌에 있는 돈을 인출하려 한다. 돈을 찾아서 세탁기 속에 보관하라"고 속여 A씨가 인출한 현금 3000만원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이날 오전 11시쯤 같은 지역에 사는 B씨(76·여)에게 전화를 걸어 "누군가 귀하의 새마을금고 계좌에 있는 돈을 인출하려 한다. 돈을 찾아서 냉장고에 보관하라"고 속여 B씨가 인출한 현금 7000만원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피해자들을 밖으로 유인한 뒤 우편함에 보관 중인 열쇠를 이용하는 등의 수법으로 아파트에 침입해 자신들이 알려준 곳에 보관 중인 현금을 훔쳐 달아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범행장소인 피해자들의 아파트 입구와 인근 편의점 CCTV에 찍힌 용의자 사진을 확보한 뒤 도내 전 경찰관서에 긴급 수배했다. 이어 공항에서 잠복 중 서울행 항공권을 발권한 용의자들을 발견하고 긴급 체포했다.

 이와 함께 이날 오전 10시쯤에는 제주시 거주 C씨(68·여)가 한 남성으로부터 "아들이 보증을 섰는데 돈을 갚지 않아 잡아왔다. 돈을 가져오지 않으면 장기를 적출하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에 C씨는 제주시 노형동 소재 모 마트 앞에서 이 남성을 직접 만나 2400만원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21일 오전 11시쯤에는 제주시농협 동문지점에 70대 노인이 찾아 3800만원을 인출하는 일이 있었다. 그러나 금감원제주지부로부터 사전에 연락을 받은 농협직원이 노인을 설득한 끝에 경찰에 신고해 다행히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노인도 서귀포시 지역의 피해자들과 비슷한 내용의 전화를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용의자들을 상대로 피해자 B씨의 사건에 대한 범행 사실을 확인했으며, A씨와 C씨 등의 피해사건에 대해서도 동일범 여부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또한 편취한 돈 7000만원을 공범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20일 하루 제주에서 3건의 신종 보이스피싱 사건 피해가 발생하자 경찰과 금감원은 보이스피싱 긴급 피해경보를 발령했다. 제주에서 이뤄진 범행은 모두 60~70대 노인을 대상으로 겁박한 뒤 직접 만나서 돈을 건네받거나 집 밖으로 유인해낸 뒤 집에 침입하는 대담하고도 치밀한 수법으로 진행되고 있다.

 경찰은 "수사기관, 금융기관 및 공공기관은 전화상으로 금융정보 등 개인정보를 확인하거나 예금을 인출해 세탁기나 냉장고 등에 보관하라고 요구하는 일은 없고, 그런 경우 100% 사기 전화이므로 바로 전화를 끊어 사기피해가 없도록 주의해달라"며 "전화금융사기는 금전피해가 발생하지 않아도 사기미수죄가 성립되므로 피해를 당했거나 전화를 받는 경우 즉시 경찰(112) 및 금융감독원 보이스피싱지킴이(1332)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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