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 세금 들여 화이트데이 이벤트?

제주도민 세금 들여 화이트데이 이벤트?
도립무용단 기획공연 '…신데렐라' 반응 크게 엇갈려
  • 입력 : 2017. 03.16(목)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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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립무용단 '당신이 나의 신데렐라예요?' 홍보물에 실린 공연 이미지.

"관객 소통 노력" "상업적 이벤트 존재가치 흔들" 맞서
지역 무용기반 취약 속 제주 정체성 탐색 노력 강화를

무용에 대한 문턱을 낮추고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무대였나, 아니면 제주도민의 세금을 들인 화이트데이 이벤트였나. 지난 14일 저녁 제주도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치러진 제주도립무용단의 '당신이 나의 신데렐라예요?'를 둘러싼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도립무용단은 매해 상·하반기 두차례 정기공연을 열어왔다. 올해는 상반기에 기획공연이란 이름으로 이날 무대를 펼쳐놓았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손인영 도립무용단 상임안무자는 자신이 2010년 안무를 맡아 초연했던 '신데렐라 되기'를 변주한 작품을 두번째 발표작으로 택했다. 신데렐라 이야기를 모티프로 여성의 복제화, 상품화를 절제된 무대 장치, 흥을 돋우는 음악 등에 녹여냈다.

50분쯤 관객의 눈과 귀를 모으던 무대는 TV 연기자로도 낯익은 뮤지컬배우가 특별 출연하면서 '반전'을 맞는다. 남녀간 진실한 사랑만이 욕망에 눈먼 이 시대의 인간을 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고 사랑 노래가 끝나자마자 '화이트데이'라며 실제 남녀 두 커플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공개 구혼 등을 하는 자리가 이어졌다.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 중에는 "재미 있었다", "제주도민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느껴졌다"는 소감을 남기는 이들이 있었다. 도립무용단 운영을 맡은 제주도문화진흥원도 앞서 낸 보도자료에서 "무용은 어렵다는 선입견을 깰 수 있도록 작품 구성에 색다른 요소를 배치해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추구했다"며 "관객과 어우러지는 다양한 이벤트 등 여러 볼거리가 함께하는 공연"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공연을 두고 그동안 '제주춤' 모색에 애써온 도립무용단의 여정을 거슬렀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한 무용인은 "매번 새로운 작품을 요구할 순 없겠지만 서울서 몇차례 올려졌던 공연을 상술로 비판받는 화이트데이와 연결지어 공립예술단에서 다시 보여줄 이유가 있었느냐"며 "제주색, 제주문화를 재해석한 창작 작업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도립무용단의 정체성 찾기에 대한 과제를 던져줬다. 현재 도립무용단원은 안무자를 포함 39명이다. 제주도내 대학 무용학과가 없는 현실에서 다른 지역 출신 무용수가 늘고 있고 지금은 그 비율이 전체 단원의 약 70%에 달한다. 클래식 음악을 공연하는 도립교향악단, 합창단에 비해 도립무용단은 제주에 기반한 창작품을 생산할 기회가 더 많다. 그럼에도 제주색을 담으려는 노력이 동반되지 않으면 도립무용단으로서 존재 가치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대해 손인영 안무자는 "하반기 예산 규모가 큰 창작 공연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그것과 별개로 적은 예산을 들여 젊은 관객을 개발하기 위한 공연으로 준비했다"며 "앞으로 제주와 관련된 기념일에 맞추는 등 틀을 파괴하는 다양한 기획공연을 개최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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