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의 교사가 가르치는 제주 4·3

푸른 눈의 교사가 가르치는 제주 4·3
'제주 3·1절 기념 시위 70주년 기념 컨퍼런스'서
美 뉴헤이븐 교사협의회 교사, 4·3 교육 과정 소개
"학살 사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가르치는 게 목표"
  • 입력 : 2017. 03.09(목) 18:42
  •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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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교육청과 세계섬학회, 제주대 세계환경과섬연구소, 제주주민자치연대는 9일 제주대학교 아라컨벤션홀에서 '제주 3·1절 기념 시위 70주년 기념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강경민기자

"제주 4·3과 같은 학살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배우고 가르치는 것이 뉴헤이븐 교사들의 목표입니다."

9일 제주대학교 아라컨벤션홀에서 제주도교육청과 세계섬학회, 제주대 세계환경과섬연구소, 제주주민자치연대가 공동 개최한 '제주 3·1절 기념 시위 70주년 기념 컨퍼런스'에서 미국 뉴헤이븐 교사협의회 맥스 코멘도 교사는 이 같이 말했다. 그가 올해 처음 학생들과 제주 4·3을 두고 마주 앉은 것도 이 때문이다.

사진 왼쪽부터 크리스 브레난, 맥스 코멘도.

맥스 코멘도 교사는 '제주 4·3 세계문명 교과 과정과 제주 4·3 세계평화아카데미'라는 주제의 세션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와 마찬가지로 뉴헤이븐에서 4·3을 가르치고 있는 크리스 브레난 교사도 함께했다. 뉴헤이븐은 미국 코네티컷주의 한 도시로 미국 명문대학인 예일대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제주를 처음 찾았다는 이들에게 제주 4·3은 낯설 법하다. 하지만 제주 4·3을 이야기하고 교과서도 만들고 있다. 뉴헤이븐 지역 15개 학교, 20여명의 교사가 뜻을 모았다. 동암문화연구소가 연결고리가 됐다. 제주 출신 고(故) 고광림 전 주미대사관 대사와 그의 아내 전혜성 박사가 60여년 전 설립한 이 연구소는 뉴헤이븐에 위치해 있다.

크리스 브레난 교사는 "동암문화연구소를 통해 동아시아의 역사를 알게 됐고, 제주 4·3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이에 4·3 교과 과정을 연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교과 과정에는 이런 제목이 붙었다. '제주섬의 거대한 비극 : 집단학살을 이해하기 위한 연구 사례'.

이들의 4·3 교육은 비극으로 시작하지만 결과적으론 화해와 상생, 용서를 향해 달려간다. 맥스 코멘도 교사는 미국 9학년(한국의 중학교 3학년)에게 가르치는 교육 내용을 소개하며 "처음에는 제주 4·3이 어떻게 발생했는지로 시작해 희생자 규모 등 실제 사건을 살펴보는 단계로 진행한다"며 "제주 사례를 통해 인류상에 발생했던 대량 학살을 들여다 보고 미국의 책임 의식에 대해서도 다룬다"고 했다. 이어 "희생자를 어떻게 애도하고 용서하고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지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도출하게 된다. 이런 학살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는 것을 배우고 가르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한국, 그리고 제주라는 낯선 곳의 역사를 배우는 것에 대한 학생들의 거부감은 없었을까. 크리스 브레난 교사는 "뉴헤이븐은 세계평화도시다. 학생들도 문화 다양성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주 4·3이라는 하나의 비극이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최악의 상황을 경험했지만 그것이 화해의 과정을 통해 최선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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