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포커스]저출산 시대, 제주는/(상)짙어지는 저출산 그늘

[한라포커스]저출산 시대, 제주는/(상)짙어지는 저출산 그늘
"아이 낳으니 커지는 고민" 결혼·출산 기피
  • 입력 : 2017. 03.07(화) 00: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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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출산율에 2020년 후 생산가능인구마저 감소
일·가정 양립 위한 가족친화제도 활성화 갈 길 멀어
도내 청년층 '일·결혼 지지' 저출산 대응책 요구돼

지난해 제주에선 3년만에 아이 울음 소리가 줄어들었다. 도내 출생아 수는 2013년 5328명에서 2015년 5600명으로 해마다 늘었지만 2016년 5500명으로 증가세가 꺾였다. 합계출산율(가임여성 1명당 평균 출생아 수)도 한 해 사이 1.48명에서 1.43명으로 감소했다. 전국 평균(1.24명)보다는 높지만 인구 대체율(2.1명, 인구 대체에 필요한 출산율)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20년을 정점으로 도내 생산가능인구(15~64세 인구)가 감소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인구 감소로 경제활동이 위축되는 '인구 절벽'을 걱정해야 하는 셈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는 저출산 대책이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저출산 시대, 제주의 오늘은 어떨까. 본보는 2회에 걸쳐 저출산 극복을 위한 핵심 과제 등을 살펴본다.

도내 한 금융기관에 근무하는 정윤희(30·가명)씨는 오는 5월 회사 복귀를 앞두고 고민이 많아졌다. 아이를 낳은 뒤 1년 6개월간 육아 휴직을 받았지만 다시 일을 시작하려니 아이가 눈에 밟혔다. 업무 특성 상 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 어린이집에만 기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시댁의 도움을 받기로 했지만 또 다른 문제를 걱정해야 했다.

정씨는 "시댁이 제주시내와 멀리 떨어져 있어 평일에는 아이를 맡겨두고 주말에만 봐야 한다"며 "아이가 잠을 제대로 잘 수 있을지, 부모와 떨어져 정서적으로 불안해 하진 않을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정씨의 상황은 나은 편이다. 아이를 직접 돌보려면 출산휴가,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 법으로 정해진 제도의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직장 내 눈치를 피할 수 없는 탓이다. 5개월 된 아이를 둔 강모(31)씨는 "회사에서 대체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육아휴직을 허용해 주지 않아 출산휴가 3개월을 마치고 바로 출근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남성의 육아 휴직은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제주특별자치도 고용노동센터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사용한 도내 남성 근로자는 2014년 63명에서 2015년 94명, 2016년 131명으로 해마다 증가세를 띠고 있다. 하지만 그 수는 전체 사용자 1274명(여성 1143명, 2016년 기준)의 10%에 그친다.

일하면서 아이를 낳아 기르기 어렵다 보니 도내 여성 상당수가 일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통계청의 '2015 인구주택총조사 표본집계' 결과에 따르면 도내 20대 이상 기혼여성(18만4657명) 중에 직장 경험이 있는 10만7028명의 69.8%(7만4747명)가 경력 단절을 경험했다. 결혼(3만8599명), 임신·출산(2만6647명), 양육(5457명) 등이 이유였다.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없는 구조는 여성의 결혼, 출산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하지만 가족친화제도의 활성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제주도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육아휴직, 유연근무제, 정시퇴근제 등을 운영하는 기업·기관에 대한 심사를 거쳐 가족친화인증을 수여하고 있는데, 도내에선 2008년부터 올해 2월말까지 20곳이 인증을 받았다. 이마저도 대부분이 공공기관(12곳)이고 민간 기업은 8곳(중소기업 6곳·대기업 2곳)뿐이다.

제주도 여성가족과 관계자는 "도내 대부분의 기업이 영세하다 보니 한 사람이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가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힘든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부터 인증을 확대하면서 민간 기업도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젊은 세대가 경제적 부담 등으로 인해 결혼, 출산 시기를 늦추거나 기피하는 현상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에 전문가들은 도내 청년들의 일과 결혼을 지지하는 저출산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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