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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담론]과거 흔적을 지우려 애쓰는 문화도시 정책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입력 : 2017. 02.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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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제주는 탐라천년을 포함한 2000년의 역사를 말하지만, 제주의 인류문화사는 만년을 넘긴 구석기시대부터 그 흔적을 보여준다. 그만큼 제주의 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졌다기보다는 오랜 시간 제주지형에 어울려 생성된 제주다움을 창출해왔음은 이미 여러 유적의 발견과 발굴을 통해 확인해 주었다.

그중에서 역사적, 학술적 가치가 있는 사실은 문화재로 지정되어 그 나름의 보호정책들이 수반되고 있으나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최근 100여년 사이에 급격히 변한 도시기능과 구성요소의 변화상에 대해서는 소외시키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제주에서 보여 준 근현대 과도기의 중요성은 제주의 장구한 역사의 1%도 못 미친 시간만으로도 가장 큰 도시의 경관을 변화시킨 시대의 전환점이란 측면에서 더욱 중요하게 관리되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익히 우리나라는 1970년대 새마을운동과 맞물려 사회변동, 생활양식의 변화, 기술혁신, 경제의 효율화 등으로 근현대 과도기를 확인할 수 있는 도시경관들이 사라질 위기가 오자 2000년 등록문화재 제도를 도입하였다. 근대는 전통과 현대를 잇는 가교의 시기이기 때문에 이 시기에 생성된 역사적 산물은 당대의 문화역사를 반영한 결과물로 볼 수 있다.

근대문화유산을 재조명하고 정당한 가치를 부여하는 일은 후대로 이어지는 우리의 정체성을 찾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어떤 찰나의 시기를 제외하고서는 지역문화를 설명해 줄 수 없기 때문에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가 없다.

등록문화재는 지정문화재와는 달리 아직도 대다수 국민들이 생활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주변의 재산권 피해에 대한 근거를 없애고, 해당 등록문화재의 외관 1/4정도 보존만을 제도화하였다.

이런 정부정책에도 불구하고, 우리 제주는 근현대 시기의 도시경관을 지우려 애쓰고 있는 현실을 보면 역사가 있는 문화정책이 어떤 것인지를 반문해 본다.

지금 제주에는 제도로 편입되어 보호되고 있는 등록문화재가 일제진지동굴을 포함하여 32개소가 등록되어 있다. 그중에 제주시청 본관, 강병대교회 등 건축물들이 등록되어 있으나, 이미 10여년 전 근대유산목록조사에서 나온 건조물 101개소, 일제 강점기 진지 등 344개소에 비한다면, 7%만이 제도권 아래에서 관리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주 도의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도 제주시 시민회관을 두고 도의 행복주택 부지를 위한 철거냐, 제주시의 문화예술공간 조성이냐 등 엇박자 정책 속에 방향을 잃었다는 지적과 더불어 서귀포시에서는 문화광장 조성을 위해 45년 된 시민회관을 헐겠다는 정책의 문제점을 제기하였다.

특히 제주시민회관은 문화재청에서 남아있는 근현대 체육시설 113건 가운데 보존상태가 1등급 이상이고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A등급으로 판단하여 등록문화재 지정을 추진했으나, 재산권 피해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문화재 등록을 반대한 것을 볼 때 행정의 제도홍보가 얼마나 부족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미 우린 이런 멋대로의 철거에 대해 가히 놀라지도 않을 것이 당시 21세기 건축이라고 하면서 한국건축의 모더니즘을 잘 보여준 김중업 선생이 설계한 구제주대학교 본관동 철거가 있었고, 구 제주시청사도 행정의 무관심 속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철거시켰다. 이제 시민회관도 철거의 기로에 서있다.

최근의 도시재생은 기존의 도시문화경관을 그대로 활용하여 경제적 가치로 재창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왜 자꾸만 과거의 흔적을 지우려 애쓰는 지 제주문화에 대한 시대의 단절성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오수정 제주도의회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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