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칼럼]아파야 청춘인가

[한라칼럼]아파야 청춘인가
  • 입력 : 2017. 02.21(화)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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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 이상재 선생은 '청년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하였다. 청년이 나라의 근간인 것은 그들이 기성세대의 노후를 책임지는 위치에 있어서가 아니라, 경제활동과 국가 미래의 역동성을 담보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활력의 청춘들이 시들어가고 있다. 우리네 삶이 온통 장밋빛으로만 물들 수 없고, 각 시대를 살았던 청춘들 또한 그리 순탄한 시절을 보냈던 것은 아니었다. 은퇴 연령에 접어든 베이비붐 세대이든 중년의 X세대이든 그 세대 나름대로의 애환과 질곡의 세월을 짊어지고 살아왔다. 다른 시대와 단순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기성세대들이 살았던 시대는 희망이 사라진 시대는 아니었다. 재능과 노력에 따라 개천에서 난 용이 될 수 있는 신분 상승의 통로가 막혀 있지는 않았다. 아픔을 대물림하지 않으려는 부모세대들의 간절한 염원이 폐해를 낳기는 했지만, '아프니까 청춘이다'고 청년 세대의 아픔을 당연시 여기지도 않았다.

현재의 청춘을 일컫는 7포세대나 수저계급론은 출구가 막힌 청년세대의 현주소이자 국가 동력의 상실을 뜻한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평균청년실업률은 9.8%였고, 체감실업률은 22%에 이르렀다. 제주는 평균보다 낮은 5.2%의 수치를 보였지만 실상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잠재실업자를 포함하는 실질실업률은 13%를 넘고, 취업하였다 하더라도 80% 이상이 5인 이하 영세사업체에 근무한다. 비정규직 비율이 과반에 육박하고, 자영업자의 비중 또한 비정상적으로 높다. 이는 농업과 관광서비스에 집중된 기형적인 산업구조에 기인하고, 만성적인 고용불안의 원인이 된다.

최근 정부와 지자체에서 각종 청년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논란이 되었던 서울시의 청년수당을 비롯하여 청년 취업 지원금이나 청년 일자리 정책 등 다양한 지원책이 시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청년의 삶이 나아지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제주에서도 '제주특별자치도 청년 기본 조례'가 제정되어 청년정책 기본계획의 수립, 청년정책 수립을 위한 실태조사, 청년위원회 구성, 청년센터 설치 등의 내용을 담았다. '청년원탁회의'를 구성하여 다양한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청년들이 마음껏 생각을 공유하고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 공간인 '청년다락'을 설치하였다. 그러나 제주도의 청년정책은 기획단계에 머물러 있고, 행정의 적극성 또한 결여되어 있다. '제주지역 글로벌 인재양성 해외인턴 취업 지원 사업'의 예에서 보듯 7년간 수십억원의 예산이 투입되었지만 취업 성과는 미미하였다. 이 사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지니고 제주의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도내 취업이 힘들다고 청년들의 해외 취업을 연계하는 것이라면 근본적인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청년이 살아야 나라가 살고, 청년이 건강해야 나라가 굳건하다. 청춘이 아프지 않으려면 건강검진과 주사제도 필요하지만,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터전이 필요하다. 행정과 기성세대의 몫은 청년들이 원하는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데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재능과 창의성을 발휘하여 새로운 스타트업을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 직업훈련과 재취업의 문이 열려 있어야 하고, 사회안전망이 촘촘하게 기능하여야 한다. 청춘은 도전이고, 도전이 사라진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 도전에 수반되는 위험은 사회가 완충재 역할을 함으로써 감소시켜야 한다. 실패한 도전에서 배우고, 도전에서 좌절하더라도 패자부활이 가능하도록 하여야 한다. 결국 아프지 않아야 청춘이다. <문만석 (사)미래발전전략연구원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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