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섬문화축제 설문결과로 명분 충족된게 아니다

[사설]섬문화축제 설문결과로 명분 충족된게 아니다
  • 입력 : 2017. 01.19(목)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원희룡 도정이 부활하려는 세계섬문화축제와 관련해 도민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가 제시됐다. 분석 대상은 도민과 관광객 1414명이다. 그 결과 81%가 세계섬문화축제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제주도가 밝혔다. 그 이유로 '제주를 대표하고 제주하면 떠오르는 국제적인 문화축제가 없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개최 주기는 격년, 시기는 봄이라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제주세계섬문화축제는 세계 각국의 섬들이 참가해 다양한 문화예술공연을 펼치는 축제로 1998년 처음 개최됐지만 3년 뒤인 2001년 제2회 축제를 끝으로 사라졌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는데도 경제적 이익과 효과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1회 때 125억원, 2회 때 88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으나 입장객은 1회 때 44만명에서 2회 때 26만명으로 크게 줄었다. 일회성 문화공연에 그친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후 세계섬문화축제는 실패한 축제로 낙인찍혔다.

이 축제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은 원희룡 지사다. 원 지사는 지난해 8월 "동아시아의 지중해라는 지정학적 여건을 활용해 제주를 '문화예술의 섬'으로 조성하겠다"면서 이를 위한 방안으로 세계섬문화축제의 부활을 공식화했다. 그는 관련단체의 의견 수렴 결과를 토대로 축제를 부활시켜 새롭게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고도 했다. 제주도가 이번에 내놓은 설문조사 결과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결국 도민과 관광객들이 압도적인 의견으로 섬문화축제의 부활을 원하고 있다는게 제주도가 전하고자 했던 주요 내용으로 읽힌다.

세계섬문화축제는 많은 예산이 들어가고 도민의 응집력을 필요로 한다. 실패한 축제이긴 하지만 취지를 살려 제대로 운영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낙관론도 존재한다. 하지만 막대한 혈세가 들어가고, 과거 쓰라린 경험이 있는 주요 정책을 부활하기 위해서는 반성과 신중한 검토가 우선돼야 한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가야 한다. 부활을 기정사실로 해놓고 공론화를 거치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다. 이번 설문 결과가 섬문화축제에 관해 충분히 인지한 상황에서 나온 것인지도 의문이다. 축제 부활 명분을 충족시킨 것으로 판단한다면 오산이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4365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