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시선]민주주의 시작은 적폐 청산부터

[현장시선]민주주의 시작은 적폐 청산부터
  • 입력 : 2017. 01.13(금)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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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놀라게 한 국민촛불항쟁은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를 우리 모두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이제 광장의 목소리는 단순한 박근혜 퇴진의 구호를 넘어 국민전체의 권리와 이익을 실현하고 국민에게 희망과 행복을 보장하는 미래체제로의 교체를 주장하는 정치행위로 진화하고 있다.

수백만명의 국민이 거리로 뛰쳐나오고 1000만명이 넘는 국민이 촛불항쟁을 참가해도 그들이 저토록 배짱과 오만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수십 년간 그들을 지탱해온 적폐가 청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민주주의를 압살했던 군사권력의 상징으로서 박정희 신화의 맹신이 아직 살아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촛불항쟁의 끝은 박근혜 탄핵과 최순실 일당에 대한 징벌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가로막고 우리 사회 지배해온 완전한 적폐 청산이 이루어지는 날일 것이다. 과거 수십 년간 독버섯처럼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적폐를 청산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의 대한민국 발전을 보장할 수 없다.

우리가 사는 제주에서 대표적인 적폐는 무엇인가? 단연코 박정희 쿠데타를 기념해 만든 5·16 도로명일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마소가 다니던 길이 1932년 일제식민치하 산남과 산북을 연결하는 주요 군사도로서 이용했고 해방 이후 박정희가 군사쿠데타를 통해 군사정권이 들어선 후 7년여의 공사 끝에 1969년 도로가 개통하면서 쿠데타를 기념하는 5·16도로 명칭을 만들었다. 제1횡단도로란 별칭도 가지고 있다.

모 신문사 인터넷 여론조사(876명)에 따르면 5·16도로 명칭 변경을 원하는지 묻는 말에 87.3%의 응답자가 '변경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10.2%밖에 되지 않았다. '모르겠다'는 응답자는 2.5%였다. 5·16도로 명칭 변경이유는 평화의 섬 제주와 한라산 생태에 과거 군사 독재의 잔재를 입혀놓은 것 같아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제주 출신 국회의원들에게도 5·16도로명 변경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위성곤 의원과 오영훈 의원은 5·16도로명을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밝혀왔다.

산천단 인근에 있는 5·16도로 비석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휘호를 새긴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 붉은 래커 테러(?)를 당한 흔적이 남아있다. 행정은 열심히 래커를 지워내느라 고생했고 별도의 조명도 급하게 만든 것 같아 웃픈 현실이다.

대한민국을 침몰시킨 박근혜 게이트. 그러나 이제 대한민국은 국민들의 손으로 다시 일어서고 있다.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적폐를 청산하고 정말 기본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제주경마장 벽화에 그려졌던 정유라의 승마 그림이 어느샌가 남자승마 그림으로 한밤중에 바꿔놓는 조작으로 국민을 속이려고 하지 마라. 박근혜 정부의 탄생을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녔던 원 지사가 새누리당을 탈당한다고 그 부역 혐의가 사라진다고 생각하지 마시라. 진정 마음이 있다면 행정비용과 과거 운운하지 마시고 516도로명 변경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주변의 적폐 청산에는 눈감으면서 민주주의를 외친다고 자부하지 마시라.

민주주의는 구체적으로 우리 주변을 바꾸고 변화시키는 것이다. 정유년 새해가 적폐 청산의 해가 되어서 다시는 박정희 박근혜의 망령과 맹신이 우리 사회에 드리워지게 해서는 안된다. 5·16도로는 제주도민의 자존심을 걸고 우리만의 아름다운 도로명으로 반드시 바꿔내야 한다. 그것부터 정유년 제주의 민주주의와 희망을 풀어나가자.

<홍성우 서귀포시민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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