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칼럼]퍼펙트 스톰, 제주의 미래는

[한라칼럼]퍼펙트 스톰, 제주의 미래는
  • 입력 : 2017. 01.03(화)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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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슈퍼 스톰(Super storm)'이란 말이 자주 오르내린다. 대재앙을 뜻하는 말이다. 경제 사회 전반에 위기가 엄습해오고 더욱 심화될 것이란 경고음이다. 지난해 한국사회를 짓누른 비선실세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어지러운 나라 정세를 두고서도 이 말은 유효하다.

경제전문가들과 미래학자들은 우리 사회가 IMF 외환위기 못지않은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예측한다. 기업은 물론 가계도 사상 최악의 부채로 인해 재앙에 가까운 시련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만큼 침체의 골은 깊다. 최악의 가계부채에 직면한 제주 경제 역시 퍼펙트 스톰에서 결코 예외일 수 없다.

원래 이 말은 자연현상과 관련해 비롯됐다. 과학자들은 지구 환경이 전체적으로 불안정해지면서 퍼펙트 스톰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월가에서 세계경제의 위기를 예측하며 이 말을 은유적으로 사용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경제용어로 알고 있다. 지구 환경의 또 다른 시나리오는 슈퍼 스톰이다. 지구 전역에 엄청난 추위와 거대한 눈폭풍이 몰아치는 슈퍼 스톰이 발생해 '소빙하기'가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여러 재난영화로도 선보였다.

'로봇의 부상'의 저자 마틴 포드는 로봇과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미래사회에 대한 우려로 퍼펙트 스톰을 확장시킨다. 인간을 뛰어넘는 로봇의 등장이 생산과 소비, 일자리를 아우르는 경제 활동에 미칠 영향을 예측했다. 여기에 기후변화의 충격도 덧붙인다. 그는 '퍼펙트 스톰'은 급속도로 악화하는 불평등, 기술발전으로 인한 실업, 기후변화 등이 한꺼번에, 그리고 어떤 측면에서는 서로를 강화하며 진행되는 태풍"이라고 진단한다.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면 인간은 퍼펙트 스톰 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라는 논지다.

제주의 육상과 해상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여러 가지 기후변화 위협과 '재앙의 조짐'들도 우려할 만하다. 제주는 다른 어느 곳보다도 기후변화로 인한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멸종위기에 처한 한라산 구상나무 숲의 미래와 더불어 해수면 상승, 연안침식과 같은 것이다.

한라산 구상나무가 '구상나무'로서 처음 채집돼 세상에 전파된 지 올해가 100주년이다. 영국 태생의 식물 채집가이자 식물분류학자인 어네스트 헨리 윌슨이 한국특산 구상나무의 신종 기준표본을 한라산에서 채집한 날은 공식적으로 1917년 10월 31일로 기록된다. 우리나라 식물학사에 기념할만한 날이다. 하지만 한라산 구상나무가 세상에 알려진 지 100년이 흐른 지금, 이 나무는 멸종위기의 종으로 이별을 준비 중이다.

제주 연안도 비상이다. 제주 해수면의 상승 폭은 전 지구 해수면 상승 폭보다 약 3배 빠르게 상승하는 수준이다. 학계에서는 2100년에는 제주시 150.3㎝, 서귀포시는 182.8㎝나 해수면이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2100년에는 마라도 면적의 약 17.8배가 바닷물에 잠기게 된다. 이미 도내 18개 지방어항 가운데 절반이 넘는 10개 항이 침수피해를 입고 있다. 해수면 상승의 공포가 먼 훗날의 일이 아니라 우리 시대에 현실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해수욕장 침식으로 모래가 유실되고 해안사구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수만~수십만 년을 견뎌 온 해안의 절경들은 불과 십수년 사이에 파괴되어 제주의 경관 목록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제주경제뿐만 아니라 제주 육상과 연안에 드리운 재앙의 그림자는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우리는 제대로 직시하고 대비하고 있는가.

<강시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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