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김정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부학장

[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김정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부학장
"의대 글로벌 경쟁력 강화하기 위한 연구에 기여할 것"
  • 입력 : 2016. 12.07(수) 00:00
  • 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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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부학장은 "임상 의사로서는 뇌혈관 질환에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고, 연구쪽에서는 모야모야병에 관심을 갖고 병의 원인을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부미현기자

제주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서울대 의대 부학장에 올라
2002년 제주대병원 근무… 뇌혈관 분야 치료 중점 계기

대한민국 최고의 의학교육·연구기관으로 손꼽히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최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은 연구중심 의대로서 국내는 물론 글로벌 위상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는 이를 위해 올해 초 제주출신 김정은(46) 교수를 연구부학장에 임명했다. 연구부학장은 서울대 의대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관건이 될 연구 분야를 이끌어갈 중추 역할을 담당하는 직책이다. 제주출신이 서울대 의대 부학장 직책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부학장은 혹독한 훈련과 까다로운 수술로 의사들 사이에서도 가장 어려운 전공으로 분류되는 신경외과 교수이기도 하다. 서울대 의과대학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 뛰고 있는 김 부학장을 지난 2일 만났다.

"연구부학장으로서 서울대 의대 소속 연구자들이 의학 연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국내 최고 인재들이 모이는 서울대인 만큼 학내 연구 지원은 전체 우리나라 알앤디(R&D) 발전을 지원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른바 '칼잡이'라 불리는 외과의사들은 일반적으로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아젠다를 정하는 경향이 크고, 목표를 정했을 때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실효적인 방법을 찾는 성향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그런 점에서 대학에서 저에게 연구부학장의 역할을 부여한 것 같습니다."

연구 분야 이끌어갈 중추 역할

서울대 의대는 학장을 중심으로 교무부학장·학생부학장·기획부학장 그리고 김 교수가 맡고 있는 연구부학장 등 총 4명의 부학장이 대학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그동안 총 13명의 연구부학장이 있었지만 외과 출신으로는 김 부학장이 처음이다. 김 부학장에게는 새로운 시각에서 대학의 변화를 만들어내 달라는 대학의 주문이 있었다. 이미 그의 역량은 학내에서 검증된 상태다. 신임 학장이 취임한 직후부터 '비전추진단' 담당교수로 활동해 대학의 뉴비전 수립에 기여했으며, 뒤이어 '국제협력실장'을 맡으면서 서울대 의대와 세계 유수의 의과대학과 학술 및 연구교류와 관련한 양해각서 체결의 성과를 냈다. 그의 노력으로 기존 33개 대학과의 협력 관계가 72개로 대폭 늘어난 바 있다. 그는 현재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 연건분원장도 맡고 있다.

"환자도 살리고, 조직도 살려야 한다는 책무를 갖게 된 것 같습니다(웃음). 연구부학장으로서 서울대 의대의 우수연구자를 인큐베이팅 하는 대형융합연구사업, 병원 간 학제 간 공동연구 지원사업, 의대 산하 의학연구소의 효율적 운영, 연구중심 병원을 위한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프로젝트 등을 성공리에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는 의사의 삶을 살면서도 교수라는 직함을 가진 대학의 일원으로서 특히 서울대 의대에 사회적으로 주어진 책무를 다하는데 일익을 하고 싶다는 포부도 있다. 서울대병원의 기틀이 우수한 인재와 전통 있는 의대에 있는 만큼 대학이 서울대 병원의 중심에 대학이 설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마침 기회가 되어 보직을 맡게 된 것이다.

"임상 의사들은 서울대 의대 교수라도 일반 대학과 달리 강의가 많지 않고, 대부분 병원에서 생활합니다. 그런데 환자들이 저를 보고 교수님이라고 불러줄 때마다 과연 교수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자문하게 됐지요. "

신경외과 의사의 삶을 택하다

진료도 이전과 똑같이 해오면서 동시에 대학의 일을 해내는 일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그는 의사의 길을 선택한 뒤로는 보람을 먼저 찾으며 줄곧 험한 길을 스스로 선택해왔다. 신경외과를 선택한 것에서부터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택한 그다. 외과 중에서도 가장 어렵다고 평가받는 게 신경외과다. 현미경 미세수술로 1mm의 혈관을 이어붙이는 수술을 해야 하는 신경외과의는 혹독하고 오랜 훈련 과정을 거쳐야 함은 물론, 수술의 결과가 환자의 생사를 가를 수 있다는 점에서 강한 정신력 또한 갖춰야 하는 전공이다. 의대생들 사이에서 3D(Difficult·Dirty·Dangerous) 전공으로 여겨지는 신경외과는 그야말로 극한 직업 중의 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 역시 레지던트 시절 일주일에 단 세 시간만 잠을 잔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전공을 선택할 때 임상의사로서 환자를 직접적으로 진료해 살려낼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었고, 중추신경인 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신경외과를 선택했다. 신경외과 의사들은 선배들로부터 '독수리의 눈'과 '사자의 심장', '여인의 손'을 갖는 것이 제일 중요한 덕목임을 배운다. 외과의사는 결국 수술을 하는 의사이므로 직관력이 있어야 하고, 그 직관에 의해 들어온 정보를 통해 환자에게 해가 덜 가는 방향을 짧은 시간 안에 결정해야 하므로 '사자의 심장'을 가져야 한다. 또 '여인의 손'은 실제 수술할 때 섬세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신경외과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결과에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는 전공입니다. 저도 그동안 힘들 때가 많았습니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아서 환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때도 종종 있었지요. 더구나 요즘은 결과가 좋지 않으면 바로 의료사고로 직결되곤 합니다. 그럴 때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지 않은 좀 더 편한 전공을 선택할 걸 하는 후회도 합니다. 하지만 수술을 받고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뒤 저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환자들을 보면 또다시 마음을 다잡게 되지요."

첫 근무지로 선택한 고향 제주

그는 의사로서의 훈련을 다 마친 2002년 첫 근무지로 고향 제주를 택했다. 서울대 의대 출신들의 경우 모교에서 일하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는데 그는 제주에 뿌리를 내리겠다는 생각으로 이전 제주의료원 건물의 제주대학교병원에서 전임강사로 근무를 시작했다. 여러 이유로 1년 만에 제주의 생활을 접어야 했지만 제주에서의 근무 기간은 자신의 중점 치료 분야를 재설정 하는 계기가 되었다.

"뇌종양을 주전공으로 해서 관련 논문으로 학술상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제주대의료원에 가보니 지금과 달리 당시 제주에는 뇌출혈 중 가장 악성인 지주막하출혈 뇌동맥류를 수술하는 의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밤사이 환자가 발생하면 다음날 비행기로 서울로 가야했습니다. 그나마 좌석을 보호자용, 환자용, 의사용 등 8개나 빌려야 해 수백만원이 소요됐고, 위중한 환자의 경우 아예 비행기 탑승도 허가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주에서는 응급환자가 비교적 적은 뇌종양이 아닌 뇌혈관 수술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지요. 당시엔 제주의료원의 시설이 열악해 수술 시 혈관을 잡아주는 클립을 다른 병원에서 빌려와야 할 정도였습니다. 그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처음으로 다른 교수 한분과 함께 지주막하출혈 수술에 성공한 것이 병원 신문에 실려 뿌듯해했던 기억이 나네요."

"모야모야병 원인 밝히고 싶어"

그는 뇌출혈과 뇌경색의 원인 중에 뇌동맥류, 뇌혈관기형, 모야모야병 등의 수술적 치료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서양에는 없고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권에서만 발병하는 모야모야 병은 그가 진료의 많은 부분은 아니지만 가장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질환이다. 의대는 결국 자국의 환자를 치료하기에 '토종학문'으로 분류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질환 치료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 병의 원인을 꼭 밝혀내고 싶다는 것이 그의 목표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 임상 의사로서는 뇌혈관 질환에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고, 특히 연구 쪽에서는 모야모야병에 관심을 갖고 병의 원인을 밝히고 싶습니다. 아울러 서울대학교병원에 대해서는 중증희귀질환에 대한 연구 및 진료, 공공의료에 관한 정책 개발이라는 두 가지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서울대학교 병원의 책무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좀 더 깊이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김정은 부학장은…]

제주시 일도2동 출신으로 교대부속초등학교와 중앙중학교, 오현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나와 서울대병원 신경외과학교실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의대에서 서울대 산학협력단 연건분원장, 의과대학 의학과장 및 연구부학장을 지내고 있다. 대한신경외과학회와 대한뇌혈관외과학회, 대한뇌종양학회 등의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한신경외과학회 학술상과 미국신경외과학회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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