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 제주 촛불집회 사상최대 열기"횃불 됐다"

7차 제주 촛불집회 사상최대 열기"횃불 됐다"
박근혜 정권 퇴진 제주행동 "역대 최대 1만명"
제주시청 민원실 앞서 사전공연으로 막 열어
국정역사교과서 항의 제주 4·3유족들 동참
  • 입력 : 2016. 12.03(토) 10:30
  • 임수아 기자 su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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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6시 '박근혜 하야 촉구 7차 제주도민 촛불집회'가 열린 가운데 시민들의 촛불과 노란 풍선을 들고 운집했다. 강희만기자

지난달 29일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 이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놓고 여야 간 밀고 당기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 민심이 또 한번 제주지역을 뒤덮었다.

도내 104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박근혜 정권 퇴진 제주행동'이 주최하는 이번 7차 제주도민 촛불집회는 3일 제주시청 민원실 앞 도로와 주차장 일대에서 오후 5시부터 사전공연 '하야하롹-제주'를 시작으로 오후 6시 본격적인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촛불집회 역사상 최대 인원인 1만1000명(주최측 추산·경찰 추산 2500명)이 모인 가운데 도민들은 박근혜 퇴진 플랜카드와 노란 풍선을 흔들며 박근혜 퇴진을 압박했다.

집회는 지정 발언과 시민·학생들의 자유발언, 시국풍자 공연 등과 거리행진, 만민공동회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번 촛불집회에는 국정역사교과서 '제주4·3사건'의 축소·변질 서술에 항의하는 4·3유족들이 참가해 촛불을 들었다.

첫 지정발언에 나선 양윤경 제주4·3유족회장은 "이승만 정권 당시 제주도는 3만이라는 무고한 생명이 처참히 죽었다. 그 역사를 국정교과서는 달랑 여섯줄로 아이들에게 교육시키려 한다"며 "우리나라 학생과 교사, 전국의 교육감이 국정교과서를 반대하고 있는 지금 교육부 장관은 열심히 잘만들었다 얘기하더라. 박근혜와 함께 국정교과서를 끌어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4·3의 대표곡으로 꼽히는 노래 '잠들지 않는 남도'가 이어졌고 시민들은 "4·3의 명령이다. 박근혜는 퇴진하라"를 함께 외쳤다.

청소년들의 목소리는 집회의 열기를 더하는 촉매제가 됐다.

마이크를 든 문지우(16·중앙고) 학생은 "학교 축제를 맞아 박근혜 대통령 하야 서명을 받았다. 민망할꺼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자랑스럽더라"며 "학생 90명이 서명을 했고 우리도 역사 가운데 서서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도 이만큼 하고 있다. 나머지는 여러분들이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볍씨학교 학생들은 2주간 준비한 '설국열차' 패러디 극무대를 선보이며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학생들은 "민중의 99%는 개·돼지" 발언을 해 물의를 빚은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 기획관과 "촛불은 바람 불면 다 꺼진다"는 발언을 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을 설국열차 속 권력자로 풍자하며 현정국을 꼬집었다.

극 중 민중들이 기차 벽을 뚫고 전진하는 장면에서는 박수갈채와 환호가 쏟아지기도 했다.

3일 박근혜 하야 촉구 7차 제주도민 촛불집회. 강동민기자

시민들은 저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제3차 담화가 집회의 불을 지폈다는 반응이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 집회에 참여한 이승균(41·외도동)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을 감출 수 없어 집회에 참여하게 됐다"며 "박 대통령의 자진 사퇴를 바란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들과 처음 집회에 참여하게 된 이윤정(40·여·노형동)씨 역시 "평소에도 뉴스를 통해 집회 현장을 보면서 언젠가 참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 3차 담화를 보고 결심하게 됐다"며 "아이들도 평화 촛불집회를 경험하면서 좋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3일 박근혜 하야 촉구 7차 제주도민 촛불집회. 강동민기자

이어 진행된 2부 행진에서 참석자들은 제주시청~광양로터리~8호 광장~제주시청까지 약 1.8㎞ 구간, 3차로 행진을 벌이며 집회의 절정을 향해 달렸다.

3부의 문을 연 제주생명나무학생들은 '바위처럼' 노래에 맞춰 율동을 선보이며 행진 후 분산된 참석자들을 자리로 끌어모았다. 이어 '박근혜 퇴진 이후 바라는 사회'를 주제로 만민공동회가 열렸다.

일을 마치고 뒤늦게 집회에 참여한 도민들도 촛불을 높이 들며 마지막 불씨를 태웠다.

회사 동료와 함께 집회에 참여한 이지한(36·아라동)씨는 "퇴근 후 집에서 생중계로 집회 현장을 보다 문득 나중에 아이가 커서 "당시에 아빠는 뭐했어?"라고 물으면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박차고 나왔다"며 "착잡한 마음 뿐"이라고 털어놨다.

한편, 같은 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개최된 '촛불의 선전포고-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 집회에는 오후 7시30분 기준 150만명을 넘어서며 지난 11월26일 집회보다 같은 시간 대비 10만명이 더 참가했다.

3일 박근혜 하야 촉구 7차 제주도민 촛불집회. 강동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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